몸은 남자지만 마음은 여자...'수술 안 한' 성전환 여학생 탈의실 '논란'

입력 2015-09-03 01:53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성으로 규정한 남자 고등학생이 교내에서 여자 화장실과 탈의실을 사용, 미국 소도시가 발칵 뒤집혔다.

2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 주의 소도시 힐스버러에서는 전날 성전환 여학생의 여성 시설 사용을 규제해달라는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힐스버러 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운동장에 모여 재학생 라일라 페리(17)가 여학생 탈의실·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남자로 태어난 페리는 4년 전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자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고교 2학년이던 작년 중반 성 전환자임을 공개로 선언하고 나서 여성용 가발과 옷을 착용하고 화장도 했다.

지난달 13일에는 학교 관계자에게 남녀공용 화장실 대신 여자 화장실과 탈의실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해 허락을 받았다. 학교 측은 ‘학생은 그들의 성 정체성에 따라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미국 교육부 산하 민권부서의 지침에 따라 페리의 주장을 수용했다.

그러나 페리가 아직 성 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학교 측의 결정에 반발한 학부형과 주민 200명이 지난달 27일 학교 이사회장에 몰려와 불만을 토로한 바람에 이사회는 파행을 겪었다.

탈의실에서 페리가 ‘온전한 남자’임을 목격한 여학생들이 고충을 토로하자 이 지역 변호사인 데릭 굿은 기독교 단체와 힘을 합쳐 학생들이 생물학적인 성 구분에 기초해 화장실을 따로 사용하거나 남녀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는 새 지침을 학교 측에 제안했다.

페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지역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자 학교에서 탈의실 사용을 피하려고 체육 수업을 받지 않고 학교 내 화장실도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