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GOP 상공까지 제집처럼 드나들다...수차례 포착하고도 놓쳐

입력 2015-09-02 22:14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22~24일 북한 소형 무인정찰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측 철책경계 부대인 일반전초(GOP) 상공까지 비행했음에도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2일 이 기간 중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MDL을 넘어온 북한 무인기를 수차례 레이더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급 출격한 헬기와 전투기는 이를 타격하지 못했다.

무인기는 지난달 22일 오전 11시59분 우리 군 레이더에 처음 포착됐고, 오후 6시에도 다시 잡혔다. 이 시간은 남북 고위급 접촉 30분 전으로, 남북 협상 직전까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감행됐다는 의미다. 이 무인기는 지난달 24일까지 비행하면서 하루에 1~2번씩 MDL을 침범했다. 북한군은 중동부전선 DMZ 인근 우리 군 병력과 장비이동 움직임을 정찰할 목적으로 무인기를 띄운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 무인기가 DMZ 내 MDL을 넘어 GOP 상공까지 비행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현-Ⅱ’로 추정된 무인기의 궤적은 군 저고도탐지 레이더와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포착됐다. 이 무인기는 북한이 중국 무인비행기(D-4)를 도입해 개조한 것이다. 길이는 3.23m이고 고도 3㎞, 최대 시속 162㎞로 비행하며 작전반경은 4㎞에 달한다.

군은 무인기를 포착하자 대공 경계태세인 ‘고슴도치’를 즉각 발령하고 육군 코브라(AH-1S) 공격헬기와 공군의 KF-16, F-15K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지만 타격은 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레이더에서 탐지와 소실이 반복되는 바람에 타격은 제한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무인기가 같은 지역에서 일정하게 비행했는데도 무인기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며 타격하지 못하는 등 우리 군이 제댈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군은 북한 무인기 출현과 군 조치가 반영된 전술체계망 화면 사진이 지난달 23일 SNS에 유출됐을 때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이라고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