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31일(현지시간) 추가로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에서 장관 재직 시에 기밀로 분류된 이메일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클린턴과 측근들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메일들이 적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들이 1일 전했다.
미 국무부는 클린턴이 장관 재직시인 2009~2010년 주고받은 이메일 7121쪽을 공개했다. 국무부는 3만490건의 이메일 중 지금까지 1만3269쪽을 공개했으며 내년 1월까지 나머지도 공개할 방침이다. 현지 언론들은 현재까지만 봐선 클린턴이 개인 이메일 사용과 관련해 형사범죄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공개된 메일에서 클린턴 측으로선 망신스러운 내용도 많았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은 측근이 이메일로 ‘아이패드가 와이파이(Wi-Fi)에 연결돼 있냐’고 묻자 ‘연결됐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되묻는 등 IT(정보통신) 관련 기본상식이 부족했다. 또 국무부의 기밀 분류법 및 이메일 사용법이 어렵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클린턴의 최측근 인사인 시드니 블루멘탈이 2010년 11월에 클린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에 대해 “알코올 중독이고 게으르며, 어떤 원칙도 없다”고 비난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블루멘탈은 또 다른 메일에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 대해 “영국의 닉 클레그 신임 부총리는 타고난 오만함이 있지만, 그래도 캐머런 총리보다는 덜 속물적”이라면서 “캐머런이 이튼스쿨을 나온 반면, 클레그는 (이튼보다 더 뛰어난) 웨스트민스터스쿨을 졸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과 측근들은 아울러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캐틀린 비겔로우가 미국에서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일을 거론하며 “비겔로우가 영화 ‘아바타’를 꺾었다”며 좋아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남성 감독이 만든) 영화 ‘아바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클린턴 측은 2008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한참이 지나서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메일에서는 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 셰리 블레어가 클린턴에게 카타르 왕세자를 위해 로비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셰리 블레어는 2010년 6월 클린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카타르 왕세자가 당신과 대화하고 싶어한다”면서 만남을 주선했다. 이에 클린턴은 “다음주 통화해보겠다”고 답했다. 카타르 왕가는 영국 런던의 해롯백화점과 최고층 빌딩 샤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공개 “아이패드가 어떻게 와이파이에 연결되냐”
입력 2015-09-02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