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세탁기’면서도 내 어머니가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입력 2015-09-02 16:57
LG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세탁기 ‘LG 트롬 트윈워시’는 드럼세탁기 아래 통돌이 미니 세탁기가 들어간 제품으로, 탄생하기 까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세탁기를 두 번 돌리거나 미니 세탁기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도 하나의 세탁기로 분리 세탁이 가능한 제품이다. ‘세상에 없던 세탁기’를 선보이겠다는 직원들의 집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 역시 이 제품을 “세탁기의 ‘발명’”이라고 소개할 정도였다.

8년의 세월이 말해주듯 ‘발명’은 쉽지 않았다. 기존 세탁기와 전혀 다른 모습의 세탁기를 만들기 위해 모든 디자인적인 요소를 다 바꿔야 했다. 하지만 바뀌면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소비자 편의를 위한 디자인이었다.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전자 트윈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트윈워시 디자인 개발에 참여한 엄예지(32) 선임연구원은 “새로우면서도 동시에 익숙한 세탁기여야 했다”며 “디자인 수정 때마다 ‘우리 엄마가 쓸 때 편리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트윈워시의 모습은 기존 제품보다 훨씬 컸었다고 한다. 2개의 세탁기를 넣으면서도 부피를 유지 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정환(41) 책임연구원은 “제품을 크게 만들면 더 쉽고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지만, 좁은 다용도실에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과 크기가 비슷해야 했다”고 말했다.

세탁기의 가운데가 불룩한 모양의 곡선형 디자인도 소비자 중심에서 생각한 결과였다. 이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세탁기를 서서 작동시키기 위해 버튼 조작부를 위에서 내려다보게 되는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작부가 약간 기울여져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조작부에 경사를 주다 보니 중간 부분을 불룩하게 만드는 곡선형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털어놨다. 곡선형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작업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곡선이 인체공학적으로도 가장 편리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에 수백번의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곡률을 찾게 됐다.

버튼 조작부을 도어에 터치 패널 형태로 부착한 것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이다. 소비자들이 서서 안쪽 세탁물까지 편리하게 꺼낼 수 있도록 위로 세탁통을 기울여진 형태로 배치했다. 단순해 보이는 아이디어지만, 이렇게 되면 제품 전체 높이가 올라가 부피가 커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디자인을 전부 다시 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엄 선임연구원은 “개발팀의 우려도 있었지만, 본체에 있던 조작버튼을 과감하게 도어로 옮겼고 고객이 쓸 때도 더 편리하다는 결론에 디자인 수정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트윈워시에 들어간 제품 투자비용만 200억원이 넘고, 개발에 참여한 인원은 150여명에 달한다. 이 책임연구원은 “오랜 시간 개발하며 디자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순히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세탁기의 새 패러다임을 내놓은 것 같다는 자부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