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감표명은 사과아냐” 협상 조바심

입력 2015-09-02 17:31
며칠째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피력하던 북한이 “남조선 당국은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의 개선 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8·25 합의’에 포함된 비무장지대(DMZ) 도발 유명표명에 대해서도 “(남측이) 이를 사과라 해석하는 건 아전인수”라고 비난했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2일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감’이란 ‘그렇게 당해서 안됐습니다’ 하는 식의 표현에 불과하다”며 “남측이 우리 유감 표명을 사과로 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이며, 단어의 개념자체도 모르는 무지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포탄을 쏘아대며 합의 이행을 떠는 것보다 더 철면피한 행위는 없다. 대화는 대결 흉심을 가리는 면사포가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8·25 합의를 ‘승리’로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한은 “공동보도문 채택을 두고 남측이 ‘득점’을 하고 북측이 ‘실점’을 당한 한판 승부수였다고 떠들어대고 있다”며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의 승리나 되듯이 자축하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남북 고위급 접촉에 나섰던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거론하며 ‘예의가 없다’, ‘상서롭지 못한 언행’, ‘횡설수설했다’는 등의 표현을 쓰며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언급은 최고 지도부가 이번 남북 합의 과정에서 우리 측에 밀렸다는 외부의 평가를 겨냥한 내부 여론용으로 평가된다. 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지 못한 반면 박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 이은 단독 오찬 회동까지 하며 중국으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는 데 대한 간접적 반발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그러나 대남 비난에도 불구하고 남북합의 이행 의지를 여전히 드러냈다. 정책국 대변인은 “합의는 벌어진 사안들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인정한 기초 위에 이룩된다”며 “공동보도문을 놓고 어느 일방의 승리로 묘사하는 것보다 천박하고 비루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은 “남한이 북남관계 개선에 ‘과속’을 해서는 안 된다는 터무니없는 망발을 하고 있다”며 “나라의 통일과 민족 평화를 위하는 일은 앞당길수록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남 관계의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들의 심술궂은 속내”라고 우리 정부의 ‘속도조절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