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19·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선수로는 7년 만에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따냈다.
세계랭킹 69위의 정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회전에서 제임스 덕워스(호주·95위)를 맞아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3대 0(6-3 6-1 6-2)으로 완파했다.
한국 선수가 테니스 그랜드슬램대회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08년 5월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39·당시 52위)이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요나스 비요크만(스웨덴·당시 62위)을 3대 0으로 꺾은 이후 7년 3개월만이다. 정현은 지난 6월 처음으로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오픈에 출전했으나 피에르 위그 에베르(프랑스·151위)에 2대 3으로 아깝게 패했다. 그러나 메이저 첫 승의 꿈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정현은 10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더블폴트는 하나만 범했다. 강서브를 구사하는 덕워스도 서브에이스 10개를 거뒀으나 더블폴트 역시 8개나 저질러 정현과 실력차를 보였다. 정현은 첫 서브 성공률 78%, 상대 서비스게임 브레이크 성공률 55% 등 모든 면에서 앞섰다. 경기를 마무리하는데 1시간36분이면 충분했다.
이번 승리로 랭킹포인트 45점과 상금 6만8600달러(약 8000만원)를 확보한 정현은 4일 스탄 바브링카(스위스·5위)와 2회전에서 만난다. 바브링카는 2014 호주오픈과 올해 프랑스오픈 등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두 차례 남자단식 챔피언에 오른 세계 정상급 선수로 정현보다 11살이나 많은 베테랑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스페인·58위)를 3대 0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정현은 경기가 끝난 뒤 “시즌 목표였던 그랜드슬램 1승을 거둬 얼떨떨하고 기쁘다”며 “그러나 아직 대회가 다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에너지를 다 써서 좋은 성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기쁜 기분을 당장 내고 싶지는 않다. 1승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윤용일 코치도 “2회전 상대는 지금까지 정현이 상대한 선수 중 가장 높은 랭커다. 잘 준비해서 한번 붙어보겠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정현은 어린시절부터 한국 테니스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형과 함께 테니스를 치며 일찍 라켓과 친숙해진 정현은 세계적 권위의 국제 주니어 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허 인터내셔널 12세부에서 2008년 우승했다. 2011년 오렌지볼 16세부 정상도 차지했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하며 국내 팬들에 이름을 알렸고 그해 6월 김천 국제 퓨처스대회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8월 퓨처스보다 한 등급 높은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며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임용규와 한 조로 출전해 남자복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한국 테니스 희망 정현,한국 선수로 7년 만에 메이저대회 승리 따내다
입력 2015-09-02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