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입니다.” 어둑한 스튜디오를 걸으며 사건을 이야기하는 배우 김상중의 모습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미스터리 사건을 재연과 함께 파헤치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5일 방송 1000회를 맞는다.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은 ‘이형호 어린이 유괴 사건-살해범의 목소리’였다. 1991년 벌어진 유괴 사건을 다루며 화제를 모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1년 4월 다시 이 사건을 다뤘고,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로 재조명 됐다.
SBS 개국 1년을 맞으며 첫 발을 내딛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23년 동안 장수하며 SBS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시작은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표방했지만 풀리지 않은 강력범죄 사건부터 인권, 의문사, 권력형 비리, 사이비 종교, 남북 이슈, 질병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뤄왔다.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은 1993년과 2012년, 약 10년의 간격을 두고 3차례 방송됐다. 1993년 방송 당시 진행을 맡았던 배우 문성근은 이 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으로 꼽았다.
문성근은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선생 생가에 마지막으로 동행한 목격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신의 부친)문익환 목사가 녹음을 해 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 테이프를 찾아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008년 3월부터 지금까지 7년 5개월 동안 MC를 맡으며 최장수 진행자가 된 김상중은 지난해 4월 다룬 세월호 참사 관련 방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를 모두 다 드러낸 사건이었다. 방송을 하면서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상중은 “진행을 하면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한 얘기가 있다”며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저도,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정진영은 ‘김선일씨 피랍 살해 사건’ 방송을 들었다. 그는 “보통 5주 정도 준비하고 방송 하는데 일주일 만에 모든 PD와 작가가 모여 밤새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정진영은 “매주 우리 사회의 썩은 모습, 더러운 모습, 답답한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곤 했다.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끝내 방송으로 내보내지 못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93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정치권 외압 때문에 방송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이후 1998년, 2007년과 올해까지 3차례 방송됐다. 특히 종교 문제를 다룰 때마다 관련 종교 신도들의 반발에 방송이 무산되거나 소송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문성근은 6년 5개월, 정진영은 3년 8개월 동안 이 프로를 진행했다. 이 밖에 박원홍(1년 8개월), 오세훈(11개월), 박상원(2년) 등이 진행을 맡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1000회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
입력 2015-09-02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