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제경찰서(서장 김성식) 지능범죄수사팀은 10~20년 전 건강식품, 도서, 생활용품 등을 할부로 구매한 후 그 대금을 갚지 못한 수많은 서민 2만여 명을 상대로 300여억 원의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16억원의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사기)로 31명을 검거해 박모(32)씨 등 9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박씨 등은 2012년 3월부터 올해 초까지 서민들이 갚지 못하고 남아 있는 원금 잔액을 훨씬 부풀려서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을 통해 2만6851명을 상대로 303억6000만원의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이를 근거로 갖은 협박 등으로 돈을 받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 등이 확보하고 있는 채권만 11만명 분으로 금액은 4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 등은 이를 근거로 불법 신용조회를 통해 우선적으로 신용등급이 양호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우선적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법무사에게 매월 자문료 명목으로 100만~130만원을 지불하고 명의를 대여받아 법무사 명의로 소송을 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 매월 지급하는 자문료 외에도 건당 5000원 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채무자에게는 법무사들이 소송을 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소송자료로 삼았던 채권은 대부분 소멸시효가 경과한 것으로 브로커나 인터넷 등을 통해 원금의 2~6%의 헐값에 대량으로 매입해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물품을 구매한 후 오랜 세월이 경과한 채무자들이 남은 금액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은 원금 등 진위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 채무자가 소송관련 서류를 송달 받은 후 2주 이내에 이의신청 등 항변을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임의대로 부풀린 금액이 지급명령으로 확정된다는 허점을 철저히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용정보회사와 정상적인 채권을 추심하는 것처럼 계약을 체결한 후 4만명 상당에 대한 무차별적인 신용조회를 실시하고 그 중 비교적 신용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또 채권추심과정에서도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전자소송을 제기해 그 가족들을 괴롭혔고, 채무자의 이의신청으로 각하 처리된 사안에 대해서는 업체명의를 바꿔 재차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등 지속적으로 채무자들을 괴롭혔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전화를 이용해 마치 집행관이나 법무팀을 사칭해 주거지나 직장, 유체동산 등을 압류하겠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돈을 갚으라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채권확보를 시도했다.
특히 박씨 등은 15명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을 수시로 옮겨가면서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채권추심업체를 운영했다. 지급명령이 확정된 상태에서는 채무자가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빠르고 쉽게 채권을 압류하기 위해 거래은행을 몰래 알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속칭 ‘은행따기(채무자 거래은행 확인 작업)’를 위해 미리 확보한 채무자의 개인정보 자료를 이용해 피의자들이 고용한 직원들로 하여금 마치 채무자가 직접 금융기관에 전화를 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은행원들에게 접근, 거래은행을 알아내어 위 은행을 상대로 제3채무자로 특정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박씨 등이 사용한 전화는 통신업자를 매수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흉내 내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채무자는 물론 ‘은행따기 작업’을 의심하는 은행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 본인여부 등을 확인치 못하도록 11대의 인터넷 전화를 설치, 발신번호를 조작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철저히 위장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서민 2만여명 상대 불법채권추심 사기단 31명 검거
입력 2015-09-02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