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 크리시 하인드가 “성폭행은 피해 여성 책임”이라고 발언해 영국 사회가 들썩였습니다. 최근 유명인들이 성범죄를 바라보는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네티즌들의 격론이 이어졌는데요. “길거리에서 폭행하고 쳐다봐서 때렸다는 건 성립하는 가”라며 유독 성범죄에만 적용되는 피해자 책임론에 답답함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30일(현지시간) BBC는 록그룹 ‘프리텐더스’의 보컬 하인드가 선데이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강간범을 유혹하지 않으려면 하이힐 구두를 신지 마라. 하이힐을 신으면 도망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인드는 21살에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성폭행당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속옷을 입고 술에 취한 채 길거리를 걷다가 성폭행당했다면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영국 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국의 피해자지원단체 루시 헤이스팅스의 대표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느끼게 하는 건 불합리한 태도”라며 “이들이 성폭행을 막을 수 없던 것을 비난받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의 SNS에도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을 정당화시킬 것은 하나도 없다” “강간범은 피해 여성의 의상보다 충동에 따라 성폭행 한다” “범죄는 범죄자의 잘못” 등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국내에서도 의사 출신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했던 홍혜걸 박사가 30일 페이스북에 “처음 만난 사이에 술에 취해 잠이든 여성도 10%의 잘못이 있다”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습니다. 대학병원 인턴 의사가 술에 취해 잠이 든 소개팅 여성을 성폭행하고 나체를 촬영해 지인들에게 유포한 사건을 둔 발언이었는데요. 이를 두고 홍혜걸 박사는 “대학 간 둘째 녀석부터 단단히 가르쳐야겠다”며 주변인들에게 알렸죠.
사람들이 성범죄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불편해하는 것은, 유독 성범죄에만 이같은 시각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술에 취해 소매치기를 당했다면, 피해자에게도 10%의 몫이 있다고 말해야 할까요? 범죄를 두고 “다른 사람들도 조심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성폭행은 피해 여성 책임? 유명인 잇따른 주장에 ‘격론’
입력 2015-09-02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