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구단주의 SNS 투정” 서형욱, 이재명 ‘디스’ 전문…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9-02 00:02
“이 정도 판정을 가지고 구단주가 매번 공개적인 호소문을 올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지자들의 좋아요 개수에 위로받고 싶은 것이라면 할말 없지만.”

“초보 구단주로서 K리그 시스템에 애정을 가져보세요. 내 팀이 아닌 내 리그에 말이죠.”

“나만 정의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한번쯤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실망스런 게시물에 두서없이 올립니다.”

서형욱 MBC 축구해설위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를 페이스북을 통해 ‘디스’했습니다. 이재명 구단주가 심판의 자질을 거론하자 이를 비판한 것입니다. 인터넷이 시끌시끌합니다. 2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서형욱 위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구단주가 올린 동영상을 거론한 뒤 이재명 구단주를 향한 장문의 비판글을 올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SNS에서 이재명 구단주의 행동은 지나치게 가벼우며 K리그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형욱 위원은 “K리그는 심판관들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라면서도 “심판은 인간이어서 틀릴 수 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판정이라고 해서 그걸 오심이라며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악의라고 몰아세운다면 온당한 것일까”라고 적었습니다.

서형욱 위원은 심판은 프로인 만큼 명백하지 못한 자료에 기반해 오심이라고 주장한다면 감정적 선동으로 지지를 얻으려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심판은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 구단주로서 그들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조언도 했습니다.

서형욱 위원은 구단주라면 여론몰이가 아니라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SNS 투정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시장님을 동경하고 신뢰하는 이들로부터 위로와 박수를 받을 수는 있겠죠”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끝으로 그는 이재명 구단주에게 “이 바닥에 몸담은 이들의 노력과 열의를 존중해달라”면서 “초보 구단주로서 조금 더 시스템에 애정을 가져보시라. 내 팀이 아닌 내 리그에 말이다. 리그에 대한 존중, 사람에 대한 신뢰를 부탁드린다”고 조언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구단주는 지난 31일 전북과의 경기에서 오심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이재명 구단주는 “법원엔 법관기피 제도가 있습니다. K리그에도 심판기피제 도입이 필요합니다”라면서 전북이 수비하던 장면에서는 페널티킥이 선언되고 성남이 수비하던 장면에서는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결국 0대1로 성남이 패했는데요. 이재명 구단주는 “스포츠는 생명이 공정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구단주를 겨냥한 서형욱 위원의 일침에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수 네티즌들은 “속 시원하게 잘 말했다” “구단주라는 자가 문제가 있으면 시스템으로 해결해야지 인터넷에서 투정부린다”라는 식으로 서형욱 위원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초보 구단주라면 신뢰부터 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이상한 판정을 내리면 당연히 비판하는 거죠” “오심 지적을 투정이라니, 그게 말이요?”라는 댓글도 있네요.

이재명 구단주를 겨냥한 서형욱 위원의 디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서형욱 위원 글 전문>

존경하는 시장님께.
정치에도 그 나름의 룰이 있듯, 스포츠에도 나름의 룰이 있습니다.

K리그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그 중 하나는 심판 판정에 대한 존중과 믿음입니다. 이게 없다면,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죠. 누군가는 판정을 내려야 하니까. 그러니, K리그 참가자들에겐 판관들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는, 심판들이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
규정을 기반으로 소신껏 판정을 내리게 해주죠.

하지만, 세상 모든 시시비비가 그렇듯, 대개의 판관들은 옳은 판정도, 틀린 판정도 내릴 수 있습니다. 법관도 심판도 그 누구나 마찬가지겠죠. 우린 인간이니까요.

그런데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판정이 나왔다고해서 그걸 '오심'이라며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판단 자체는 오판이나 불공정이 아닌 것일까요. 또한, 설령 오심이 있었다하더라도 (이를 실수가 아니라 단정하며) '악의'라 몰아세우는 것은 온당한 반응일까요.

프로스포츠의 심판들은 자기 분야에 헌신하는 프로페셔널들입니다. 그들의 열의와 정성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폭력적 방식의 SNS 게시물이, 합리적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닌 올리신 영상처럼 명백하지 못한 자료에 기반한 것이라면, 그건 감정적 선동으로 지지를 얻으려는 행위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스포츠에서의 판정이란,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구단주라는, 스포츠 단체의 리더로서 이 스포츠에 몸담은 이들의 선의를 믿는 쪽에 조금 더 마음을 써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프로스포츠는 - 기본적으로 서로를 꺾어야 하지만 - 궁극적으로 모두가 한 시스템, 룰을 존중해야만 의미있는 무대입니다.

내 팀에 불리한 판정이 나왔다고해서 - 이번 판정이 오심이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만 - 그걸 심판의 악의적인 선택으로 몰아가는 글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K리그가 지금 위치까지 올라오는 데에 3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심판에 대한 신뢰를 이만큼이나마 끌어올리는 데에 얼마나 많은 노고와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르실겁니다.

현재의 심판 수준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으시겠지요. 그렇다면 이런 식의 보여주기식 호소가 아니라 프로팀 구단주이자 지자체 단체장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정식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축구계는 다 한통속이고, 그러니 오심에 대한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을거라는 불신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축구단 구단주인 시장님도 이미 '축구계' 사람입니다. 그것도 구단주라는 막중한 직책을 가진. 시스템 안에 들어오셨으니 여론몰이가 아니라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시스템의 존중을 받을 수 없는 법입니다.

SNS 투정으론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시장님을 동경하고 신뢰하는 이들로부터 위로와 박수를 받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이처럼 일방적인 게시물로 인해 강화될 "K리그는 여전히 오심이 많은 문제적 리그"라는 편견에 관한 책임은, 온전히 시장님의 몫이 될겁니다.

축구 관련해 누구에게 조언을 들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만 피해본다"는 피해의식을 버리셨으면 합니다. 이 정도 판정을 가지고 구단주가 매번 공개적인 호소문을 올리는것은 시장님께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지자들의 좋아요 갯수에 위로받고 싶은 것이라면 계속 올리셔도 할 말 없습니다만.

하지만 진보적이고 상식적인 정치와 통치로 호평받아온 시장님의 행보와, 과거 승부조작 및 이번 편파판정을 주장하는 SNS에서의 가벼움은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습니다. K리그 구단의 구단주로서, 이 바닥에 몸담은 이들의 그간 노력과 열의를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성남FC가 유독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언급이 시장님께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모르겠으나,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낙심하고 답답해한다는 사실은 한번쯤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K리그와 연을 맺은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구단주로서 조금 더 이쪽 사람들, 그리고 시스템에 애정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내 팀'만이 아닌, '내 리그'에 말이죠. 프로축구는 내 팀 하나만으로 유지되는 곳이 아닙니다. 리그에 대한 존중, 사람에 대한 신뢰를 부탁드립니다. 이쪽 사람들도, 시장님 계시는 동네의 사람들처럼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유달리 이기적이거나 생각이 짧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무튼 K리그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해나가야겠지만, 그것은 성급한 선동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바닥에서 나만 정의로운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한번쯤 해주시길 부탁드려봅니다.

실망스런 게시물에, 두서없이 올립니다.

서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