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2016년 11월까지 기존에 낙태한 여성 용서키로

입력 2015-09-01 21:50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2월 8일부터 시작되는 자비의 희년(Jubilee of Mercy) 기간에 한해 사제들이 낙태 여성을 용서할 수 있게 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1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자비의 희년은 정기 희년과 별도로 교황이 선포한 특별 희년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올해 12월 8일부터 2016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다.

교황의 이번 조치는 파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가톨릭에서는 ‘성(聖) 가정’을 중요시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온전한 가톨릭 신앙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해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성 가정을 꾸릴 수 없는 경우 사제가 신자들에게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혼배성사를 하기 전에 사제가 신자들에게 2세를 낳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예비신랑과 예비신부에게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포함시켜왔다. 그런 전통을 유지해왔기에 가톨릭에서 낙태는 중죄로 간주돼왔으며, 특히 낙태를 한 여성이나 낙태시술을 한 사람들은 파문 대상이 돼왔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중요한 준칙을 허무는 낙태를 허용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또 다른 ‘용서의 확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발표한 교서에서 “낙태를 한 여성이 진심어린 속죄와 함께 용서를 구한다면 모든 사제들에 이 낙태의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낙태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한 상처를 가슴에 지니고 있는 많은 여성들을 만났다”며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택할 수 없었던 것은 실존적이고 도덕적인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낙태의 죄는 교구의 최고 고해 신부만이 용서할 수 있는데, 이번 희년 동안에는 모든 사제에게 낙태 여성에 대한 용서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