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에 가스실이 부활했다?”…폭염 때문에 설치한 스프링클러가 불러온 논란

입력 2015-09-01 17:07
나치 독일의 악명 높은 수용소가 있었던 폴란드 남부의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박물관이 여름 막바지까지 찾아온 폭염 탓에 때 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논란이 된 것은 박물관 측이 입구 근처에 설치한 스프링쿨러다. 올 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으로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자 박물관 측이 관광객들을 배려해 설치했지만 일각에서는 이 스프링쿨러가 가스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 박물관은 유대인 등을 비롯해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스실에서 희생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최근 이곳을 찾은 이스라엘 출신의 메이어 볼카(48)는 이 스프링쿨러를 보며 “수많은 친척들을 가스실에서 잃은 유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스실을 떠올렸다”며 “명치를 맞은 느낌이었고 충격적이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에 말했다. 볼카의 항의를 받은 박물관 안내소 직원은 즉각 사과했지만 볼카는 “(박물관 측이) 홀로코스트(대학살) 희생자들에게는 사과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벨 사비츠키 박물관 대변인은 “일부 관람객들이 더위에 실신하는 경우도 있어 공기를 냉각시키기 위해 스프링쿨러를 설치했다”며 “스프링쿨러는 천장의 구멍을 통해 가스가 내려오는 방식의 가스실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박물관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스프링쿨러에서 분사되는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식혀가며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고는 있지만 수많은 목숨을 잃은 이곳에 가스실을 연상시키는 설비를 배치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