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를 은퇴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복귀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선 낙선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초야에 묻혀 산 지 1년이 넘었지만 잊힐 만하면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손 전 고문의 복귀를 거론하고 있다.
손 전 고문 자신은 정치무대를 떠났다고 하지만 지지자들에겐 여전히 현실정치와 연이 닿아 있는 유력한 정치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손학규 복귀론'의 말문을 텄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열린 자신의 북 콘서트에서 곰팡이론을 거론하며 손 전 고문을 현실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가끔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정치욕심을 산 생활로 닦아내고 또 닦아낸다"고 한 손 전 고문의 발언을 인용한 뒤 "곰팡이는 아무리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정계복귀 가능성을 5대 5로 보는 것인데, 복귀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전망했다.
안민석 의원도 전날 YTN 라디오에 나와 "시대적 요구와 흐름이 손 전 고문의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고 본다"며 "복귀하면 지금의 (당내) 갈등구조가 통합구조로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오랫동안 정치를 한 분이니 어떤 식으로든 당이 중대기로에 서있을 때 의미있는 역할을 해주면 뜻깊은 일이 되지 않겠느냐"며 복귀 필요성을 거론했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손학규 복귀론'이 꾸준히 흘러나오는 것은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주류 측에서는 문재인 대표로 대별되는 당내 친노(친노무현) 주류의 독주와 내년 총선 공천 불이익을 우려하지만 이를 제어할 비주류의 간판이 마땅치 않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의 결과가 '손학규 대안론'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4·29 재보선 참패 후인 지난 5월 한 여론조사에서 손 전 고문이 호남 지역에서 대선주자 지지도 1위에 오를 만큼 무시못할 영향력을 보여준 것도 비주류의 구애가 이어지는 요인이라는 시각이다.
비주류 한 의원은 "사실 주류를 믿을 수도 없고, 당밖의 신당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아니냐"며 "주류-비주류의 갈등을 풀어내고 통합의 정치를 하기에는 손 전 고문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은 정계은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뜻을 고수하면서 현실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정계은퇴를 한 분이니 그대로 편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 싶다"며 "당 내부에서 혁신과 승리의 길을 찾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측근도 "의원들이 자기 정치를 위해 계속 손 전 고문 이름을 거론하는 것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이제 가혹한 주문은 그만하고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통합 정치는 손학규 만한 사람 없다” 복귀론 군불지피는 野비주류
입력 2015-09-01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