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맨얼굴에 가수 침대까지 “On Air”… 소통 방식 바꾼 스타와 팬들

입력 2015-09-01 18:22

스타가 팬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이 새로운 문을 열어줬고 모바일을 통해 확장됐다. TV, 극장, 공연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자 스타가 팬을 만나는 모습도 다양해졌다. 개인 라이브(Live) 방송으로 팬들과 실시간 대화를 나눈다. 일상의 소소한 부분을 보여주고, 팬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온라인에 공개되고 저장된다. 언제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의 동영상들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구조다.

아이돌 시시콜콜 일상까지… 내 스마트폰으로

소녀시대 멤버들이 볼링 대결을 펼친다. 슈퍼주니어 이특과 은혁이 중계와 해설을 맡았다. 그런데 ‘소녀시대 볼링대회’는 어디에서 방송 하는 걸까. 빅뱅 다섯 명이 함께 모여 토크쇼를 선보인다. 팬들의 고민을 듣고 빅뱅 멤버들이 해답을 제시해준다. 고민 해결사로 나선 빅뱅의 토크쇼는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

TV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소녀시대 볼링대회나 빅뱅의 토크쇼는 찾을 수 없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야 한다. 네이버가 지난 7월 출시한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브이’(V)의 ‘SM타운’ 채널과 ‘빅뱅’ 채널을 찾으면 이 방송들을 볼 수 있다.

브이는 스타의 개인방송을 모아놓은 서비스다. 빅뱅, 소녀시대, 샤이니, 인피니트, 씨엔블루, 씨스타, 걸스데이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이준기, 주원, 박보영 등 배우들의 채널이 열려있다. CJ E&M, SM, JYP, FNC 등 대형 제작사와 기획사 채널도 마련돼 있다. 출시하자마자 170개국에서 61만 명이 V앱을 다운로드 받았고, 수십만~백만 명 이상이 찾아본 인기 동영상이 수두룩하다.

브이로 나가는 방송들은 공연 생중계나 요리, 교육, 상담 등 콘셉트를 잡은 방송 뿐 아니라 TV로는 방송 자체가 어려운 것들도 있다. 씨엔블루 멤버 민혁은 30분 정도 자신의 집 곳곳을 다니며 소개하는 방송을 했다. TV에서는 불가능한 ‘반말 방송’이었다. 어린 팬들과 친근하게 대화하는 듯한 모습에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잠옷을 찾으러 다니거나 양치질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나갔다. 200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런 식의 방송도 가능하다. 지난달 23일 오전 2시30분쯤 배우 박보영이 갑자기 생방송을 시작했다. 박보영 채널을 구독하는 16만 팬들의 스마트폰에 일제히 ‘알람’이 떴다. 박보영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종영으로 아쉬워 잠이 오지 않는다”며 화장기 없는 얼굴로 자신의 방에 앉아 셀프 카메라로 방송을 진행했다. 예고되지 않은 방송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민낯이라 조금 창피해요. 내일 되면 ‘왜 내가 새벽에 그랬지?’라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잘하는 음식이요? 저 닭볶음탕 할 줄 알아요. 이번에 피자도 배웠어요.” 실시간 접속한 팬들의 소소한 질문에 소개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수줍게 대답하는 박보영의 1인 토크쇼는 20분 넘게 이어졌다. 무려 282만 명이 ‘좋아요’로 화답했다.

브이는 네이버가 한류 스타들의 글로벌 팬들을 공략한 서비스다. 영어 자막이 나간다. 채널을 찾을 때도 영어로 검색해야 한다. 브이앱 다운로드 절반은 해외에서 이뤄졌다.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접속한 것으로 보이는 실시간 댓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연 현장, 무대 뒷모습 뿐 아니라 스타의 진솔한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여주다 보니 시범 서비스 중에도 반응이 열광적이다. 한류 콘텐츠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물옥상에 달리는 버스까지… 어디라도 라이브 무대

2010년 11월 쌀쌀했던 어느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한 카페에 50명이 그랜드 피아노를 둘러싸고 앉아있다. 그들이 기다린 것은 가수 이적의 공연. 피아노 앞에 선 이적은 “예전에 음악감상실이라는 데가 있었어요. 그렇게 음악을 들었던 때가 생각나네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적이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곡을 해설해주는 이야기가 있는 작은 공연이었다. 네이버가 기획한 작은 공연 ‘음악감상회’(음감회)는 이렇게 시작했다.

작은 카페에서 이적의 라이브로 문을 연 음감회는 차츰 새로운 공연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음감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라이브 공식을 깨고 파격적인 시도를 한다는 데 있다. 초대된 관객의 수, 공연이 열리는 장소,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 등에서 다양한 변주를 줬다.

라이브 공연은 어디에서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뮤지션들이 최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려면 이에 걸맞은 장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음감회는 음악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소보다 뮤지션과 관객이 소통하기 좋은 장소에서 주로 진행된다. 소극장, 작은 카페, 식당, 미술관, 공원, 화원, 리조트, 소속사 사무실, 뮤지션의 집, 심지어 건물 옥상과 달리는 버스까지도 라이브 무대가 된다.

가수 박정현은 2012년 7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공연을 했다. 박정현은 관객 50명과 차와 음료를 나누고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 2월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는 달리는 버스에서 공연을 했다. 더블베이스, 트럼펫 연주도 펼쳐졌다. 20여명의 관객이 지붕 없는 버스에 앉아 윈터플레이의 라이브 공연을 즐겼다.

인디밴드 소란은 2013년 11월 심야식당에서 라이브 무대를 꾸몄다. 5명의 팬을 관객으로 초청해 셰프 김태형, 웹툰 작가 야매토끼(본명 정다정)와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진행된 그야말로 작은 공연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은 자신의 집에 팬들을 초청해 공연했고, 레게 뮤지션 스컬과 하하는 한 리조트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관객과 만났다. 십센치(10㎝)는 자신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팬 16명을 초청해 마이크마저 없는 언플러그드 공연을 선보였다.

음감회가 대중음악이나 국내 뮤지션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이슨 므라즈, 유키 구라모토, 미카(MIKA), 바우터 하멜 등 해외 뮤지션과 빈 소년 합창단, 리처드 용재 오닐, 클래식 앙상블 디토, 소리꾼 이자람 등 클래식과 국악 무대도 음감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방송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가수들을 만날 수도 있다. 시각 장애를 딛고 재즈 가수가 된 이동우, 재즈 여성 보컬리스트 웅산, 인디밴드 9와 숫자들, 일렉트로닉 그룹 이디오테잎, 피아니스트 윤한 등도 음감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규모 관객만 초청하는 공연이 대부분이지만 음감회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네이버 뮤직을 통해 실시간 중계가 되기 때문이다. 생중계를 놓쳤다면 VOD 동영상으로 언제든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든지 열려 있는 공연인 셈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온라인편집=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