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의 난민 떠넘기기가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 자국에서 최대한 난민들을 내보내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다.
유럽 언론들에 따르면 헝가리는 3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독일 등 서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들이 열차로 이동하게끔 사실상 방조했다.
첫 서유럽행 난민 열차 이동은 부다페스트 역사 주변에 2000여 난민이 수 일간 머물고 있었음에도, 헝가리 당국이 허술하게 대응하는 사이 난민들이 기습 탑승하면서 성사됐다.
열차에 오른 난민은 헝가리가 망명 신청 절차를 다뤄야할 시리아 국적인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더블린조약이 무시됐다. 더블린조약은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발을 디딘 나라에서만 망명 신청 처리를 도맡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 유입을 막으려 철조망 장벽을 쌓은 헝가리는 이번에는 자국에 유입된 난민을 타국으로 노골적으로 이동시켜 독일을 위시한 서유럽 국가들의 비판을 불렀다.
이에 오스트리아 경찰은 헝가리 국경지역에서 이들 난민의 이동 가능 조건을 가리고, 행정당국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난민은 헝가리로 되돌려 보내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날 난민 150여명과 일반 승객 150여 명이 뒤섞인 첫 열차는 중부유럽시간으로 오후 1시30분에 부다페스트를 출발했다. 탑승 난민은 상당수가 시리아 국적인으로, 헝가리는 최근 독일이 시리아 난민은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같은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그러나 헝가리 국경지역인 헤게스할롬에서 열차를 멈춰 세우고 탑승한 난민들을 수 시간 조사했다. 경찰은 더블린조약에 따라 이들이 직전에 머물던 헝가리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밟는 중이라면 헝가리로 되돌려 보내고, 절차를 밟지 않은 이들에 한해서만 독일 등지로 이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보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헝가리-오스트리아 난민 떠넘기기 안간힘
입력 2015-09-01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