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기록한 새로운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는 음악애호가인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발굴한 문건으로 안익태의 후원자로 잘 알려진 일본 외교관 헤하라 고이치의 기고문이다. 기고문에는 안익태가 일본 명절에 기미가요를 연주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31일 경향신문이 단독 입수해 공개한 헤하라 고이치의 기고문은 1952년 일본의 음악 잡지 ‘레코드 예술’에 실린 ‘안익태군의 편모 (片貌)’라는 제목의 글이다.
해당 글에는 “1942년 가을, 나는 공무로 루마니아 부카레스크에 있었다”며 “명치절 아침 일본 공사관 의식에 참여해 기미가요 제창 때 피아노를 연주하는 흰 넥타이를 맨 청년이 있었다. 식후에 그가 당시 유럽에 유학 중인 지휘자 겸 작곡가 안익태군이라고 소개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문건을 발굴한 이 교수는 경향신문을 통해 “1942년이라는 연도는 에하라의 착오이거나 오타로 보인다”며 “이 글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독일?소련 전쟁이 시작되던 해부터 그와 함께 살았다는 대목 등을 보면 1941년이 맞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고문에는 “조선에서 태어난 안군이 월천악을 교향곡화한 것에 대해 약간 기이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안 군은 당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도를 받고 있었는데, 범접하기 어려운 노대가의 환심을 산 그의 수완에 우리 모두 놀랐다. 그것은 수완이라기보다 그의 천성이자 타고난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고 쓰여 있었다.
매체는 이 내용이 안익태가 기미가요를 연주한 날 오후 또 다른 연주회에서 일본의 궁중음악인 ‘에텐라쿠’를 지휘했다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또 “안익태가 당시 연주했다는 기미가요는 일본 ‘천황’의 통치가 천년만년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노래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안익태의 친일 관련 행적들은 수차례 논란을 불러왔지만 기미가요 연주사실이 드러난 건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에하라는 안익태의 친일 행적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인물로 학계에서는 독일에서 일본 외교의 실세로 활동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도쿄제국대 법대를 나와 베를리 주재 만주국 공사관의 참사관을 역임했으며 만주국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작곡한 오케스트라와 혼성합창을 위한 교향적 환상곡 ‘만주국’의 작사가로 알려졌다. 이 곡은 애국가의 모태인 ‘한국 환상곡’에 등장하는 선율과 유사성이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안익태 일본 명절에 기미가요 연주…친일행적 담긴 문건 공개
입력 2015-08-31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