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매체 산케이신문이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며 일본 낭인에 의해 살해된 명성황후에 비유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신문의 노구치 히로유키 정치부 전문위원은 31일 인터넷판에 ‘미·중(美中) 양다리 한국이 끊지 못하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과 한국 외교를 ‘사대주의’ 행보라고 주장한 뒤 “이씨 조선(조선시대)에는 박 대통령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고 적었다.
칼럼은 명성황후를 ‘민비’로 칭한 것은 물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언급하며 “조선이 사대 대상을 바꿀 때마다 우리나라(일본)는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성황후 살해 사실을 언급하며 명성황후 암살이 당시 일본 공사의 지휘를 받은 낭인들이었다는 사실도 거론하지 않았다.
칼럼은 또 일본이 강압적 위협으로 강화도조약을 맺은 것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이 조선을 독립된 국가 주권을 가진 국가로 명기했으며, 조선군의 근대화에 협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청일전쟁 승리로 조선은 청나라의 책봉 체제에서 간신히 빠져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참전한 사실을 거론하며 “한국에 중국은 침략자인데 한국이 국가 전체의 도착(倒錯)에 대해 아픔과 가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거나 도착에 대한 자각·감각이 없다”며 일본의 침략 사실을 물타기하는 주장을 실었다.
그러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 때 명나라 군의 일익으로 행군한 이씨 조선 군과 같은 ‘사대 두루마리’를 보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며 마치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략에 맞선 조선군의 방어를 사대로 비아냥거리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역사 왜곡과 역사수정주의 DNA를 갖고 과거사에 대해 후안무치한 주장을 일삼은 일본 내 특정 인사와 이와 관계되는 언론사의 터무니없는 기사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논평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산케이가 또…’ 박 대통령 명성황후 비유 망언에 침략 합리화까지
입력 2015-08-31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