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지난달 3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후 바로 다음 날 귀국했다. 그리고 불과 사흘 만에 제주에서 열린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했다. 박인비가 이처럼 강행군을 펼친 이유는 뭘까. 바로 사업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많은 프로 골프 선수들이 재테크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까지 설립한 ‘사업가’ 박인비=박인비는 4년전 당시 투어 활동으로 번 상금 30억원을 쏟아부어 페트병을 만드는 회사를 대구에 차렸다. 회사명은 ‘KIB’다. 어머니인 김성자씨의 성(姓) 영문 이니셜 K와 박인비의 이름(InBee)에서 따온 것이다. 대표이사는 어머니이고, 박인비는 5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비의 아버지 박건규씨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필름 제조 회사인 ㈜유래코를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 박씨는 부친으로부터 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회사들은 생수 브랜드 삼다수가 가장 큰 거래처다. KIB는 페트병을 공급하고 있다. ㈜유래코는 그 페트병에 붙이는 필름을 만든다.
이에 박인비는 매년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한 해에 20경기가량 열린다. 그만큼 시간을 내 국내 대회에 출전할 짬을 내기 어렵다. 올 시즌 박인비는 한국에서 열린 KLPGA 대회에 단 한 차례 출전했다. 그 대회가 바로 삼다수 마스터스다. 지난해에도 박인비는 KLPGA 대회에 두 번 출전했다. 하나가 삼다수 마스터스였고, 또 하나는 자신의 메인 스폰서인 KB금융그룹이 주최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었다. KLPGA 관계자는 “박인비가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에 꼭 출전해야할 의무는 없다. 박인비의 매니지먼트사에 초청을 의뢰해 그쪽에서 승낙을 한 것”면서 “이 대회와 연관돼 있는 게 여러 개 있어서 그에 대한 성의로 출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소연·이보미·안신애는 스크린 골프장 사장님=스크린 골프장은 프로 골프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부업이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러빙유 골프존’이라는 대형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신설동을 시작으로 2010년 봉천동, 2012년 청담동에 체인점 형식의 스크린 골프장을 열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이보미(27)는 2013년 경기도 수원 영통에 ‘이보미의 스크린골프’라는 이름으로 990㎡(약 300평) 규모의 대형 스크린 골프장을 개설했다. 골프존의 최신 시뮬레이터를 설치해 골프를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보미는 일본 무대 활동으로 바쁘지만 틈나는 대로 이 곳을 방문해 팬들을 만나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미녀 골퍼’ 안신애(25·해운대비치리조트)는 서울 논현동에 ‘오너스 스크린골프’를 가족과 함께 운영 중이다.
◇최나연은 부동산파, 최경주·양수진은 의류사업=전통적인 재테크 방법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선수도 많다. 최나연(28·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최나연은 2011년 임대 수입을 목적으로 서울 청담동에 30억원대 원룸형 빌딩과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10억대의 타운하우스 2채를 매입했다. 2년 전에는 동탄신도시에 4억원을 투자해 이자카야 전문점도 오픈했다. 최나연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도 방 4개에 수영장까지 딸린 저택을 구입했다.
한국 남자 골프의 맏형 최경주(45·SK텔레콤)는 의류 전문업체 슈페리어와 함께 자신의 영문 이름을 딴 ‘KJ CHOI’라는 골프의류 브랜드를 내 놨다. 최경주는 이 브랜드 판매로부터 얻은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하는 선행을 펼치고 있다.
양수진(24·파리게이츠)은 ‘필드의 패셔니스타’라는 별명에 걸맞게 자신의 재능을 살려 디자이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해 의류 업체 파리게이츠에서 티셔츠와 니트 등을 디자인하고 있다. 양수진은 지난 6월 제주에서 열린 롯데 칸타타오픈에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핑크색 복숭아가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박인비는 사업, 유소연은 실내골프장…골프 스타들 재테크는 어떻게
입력 2015-08-31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