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던 지난 29일(현지시간) 조용한 시골 마을인 미국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어둠이 깔리자 마라나타 침례교회로 이어지는 길이 1㎞가량의 2차선 도로에 들어선 차들이 전조등을 하나둘 씩 밝혔다. 이튿날인 30일 오전 이 교회 예배당에서 열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690번째 성경 교실 수업을 듣기 위한 행렬들이다.
필리핀 이민자 출신인 신시아 알폰트(47)씨는 캘리포니아에서 테네시주 녹스빌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 뒤 6시간을 운전해 이곳을 찾았다. 켄트 슈뢰더(62)씨는 동생과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일리노이주에서 장장 14시간을 운전해 플레인스에 도착했다. 그의 어머니 팻(93) 여사는 보행기에 의존해 걸으면서도 해맑은 미소로 “벌써부터 신난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아내와 함께 온 마크 머스크(50)씨도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는 일은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81년 퇴임 이후 고향인 이곳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성경을 가르쳐왔다. 카터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암세포가 뇌로 전이됐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처음 열린 지난달 23일 강연에서는 평상시 30~40명보다 훨씬 많은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교회를 찾았다.
이에 교회 측은 성경 교실의 참석인원을 400명으로 제한했다. 교회 측이 선착순으로 순번표를 나눠주기로 하면서 전날 오후부터 카터 전 대통령의 수업을 듣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약 400명의 인원들이 예배당 신도석을 가득 채웠고,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한 60여명의 사람들은 교회 측이 마련한 별도의 공간에서 수업을 들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수업에서 마태복음 18장 21~22절을 소개하며 한없는 용서를 강조했다. 마태복음 18장 21~22절에서 예수는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까”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의 반대에도 북한과 대화를 한 이유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다가선 이유 등을 설명했다. 그는 “전쟁이나 내전이 벌어지는 국가나, 이혼을 앞둘 정도로 다투는 부부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며 “정말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지만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도 미리 준비한 원고 없이 수업을 마쳤다. 수업을 마친 카터 전 대통령은 로살린 여사와 함께 참석자들과의 기념사진도 잊지 않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지미 카터의 성경교실 전날부터 북적북적…690번째 수업에서 용서를 말하다
입력 2015-08-31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