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화 강조로 태도 변화 배경은?

입력 2015-08-31 16:45
사진공동취재단 2015. 7. 27.

‘김정은 북한’이 최근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적극 나서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제야 올 게 왔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이후 안으로는 대규모 숙청을 통한 권력기반 조성, 밖으로는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고립을 자초했던 북한이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따라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두 가지 난관의 해소로 여겨진다. 내부적으로는 김 제1비서의 권력 정통성을 강화하고 밖으로는 고립된 외교지형의 탈피를 도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남북관계 정상화로 얻어낼 경제적 혜택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8·25 합의’ 이후 지속적으로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것은 오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10월10일)과 깊은 연관이 있다. 김 제1비서는 집권 4년 만에 찾아온 가장 의미 있는 행사인 만큼 이를 기점으로 민족지도자이자 백두혈통의 정통 계승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항일운동을 통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주도권을 우리가 쥐었다“는 명분을 쥐었다. 하지만 김 제1비서는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기만 했을 뿐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 사이 북한경제는 나락으로 치달았고 전통적 우군인 중국도 등을 돌렸다. 김 제1비서로선 금강산 관광이든 개성공단이든 그동안 갈구했던 대남 사업에서 성과를 내 정통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상황인 셈이다.

중국과의 불화도 북한의 발걸음을 재촉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우방이자 혈맹인 중국이 북한을 등한시하게 된 것은 북한에게 최악의 악재다. 권력 정통성 손상에다 경제난까지 야기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방중해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옆자리에 앉게 되면 북한에겐 치명타다. 중국의 혈맹은 더 이상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라는 선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경제난 역시 북한으로선 절박한 문제다. 북한은 올 들어 부진한 수출과 가뭄피해 등으로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0.5%를 기록한 이후 내내 1%대를 오가고 있다. 특히 중국이 대기오염을 이유로 석탄 사용을 억제하면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무연탄 가격이 급락했다.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량은 지난해 28억4147만 달러였지만 올 1~5월엔 9억5432만 달러에 불과해 막심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북한으로선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도 심해졌다. 돌파구로 러시아와 신(新)밀월을 추구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그 사이 이란은 핵협상을 타결하고 쿠바는 미국과 수교했다. 그나마 북한에 우호적으로 대했던 미국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도 임기가 17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북한에게 가해지는 압박 수위는 높아지는 반면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셈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