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임시국회 또 빈손, 현안 터질 때마다 반복되온 비효율 국회

입력 2015-08-31 16:45
여야가 ‘특수활동비’ 논란으로 입씨름을 벌이다 8월 임시국회를 별 소득 없이 끝냈다. 여야가 국회 고유 업무인 ‘입법 활동’을 정치 협상의 볼모로 잡고 ‘기싸움’을 벌인 결과다.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쟁이 벌어져 생산성 낮은 국회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양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 특수활동비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 설치 여부 등을 놓고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여야는 특수활동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활동비 논란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원내대표가 본회의 개의를 합의한 이후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계기로 (새정치연합이) 판을 흔들고 있다. 화풀이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특수활동비 문제 제기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논리다. 이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특수활동비와 한 전 총리 판결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지금까지 막대한 특수활동비가 제대로 된 예산심사나 감독 없이 마구 지출돼 왔다. 세상에 그런 나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당한 문제제기를 정치 공세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야당은 그러나 특수활동비 소위 설치를 본회의 개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결국 이날 본회의 무산으로 수년째 국회에 발 묶인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다음 국회로 이월됐다. 서비스산업발전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박근혜정부가 조속 통과를 요청한 6개 법안 처리도 물 건너갔다.

이날이 법정처리시한인 2014년 회계연도 결산안 처리와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도 무산됐다. 19대 국회가 전년도 결산안 처리 시한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다. 임명동의안 제출 뒤 20일 이내 청문절차를 마쳐야 하는 ‘인사청문회법’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가 명백하게 법을 어긴 셈이다. 8월 임시국회는 지난 7일 소집된 이후 뉴스테이법 등 10여개 안건만 겨우 통과시킨 최악의 ‘흉작 국회’가 됐다.

여야는 국회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8월 국회는 야당이 소집해 놓고 사사건건 정치적 쟁점을 핑계로 삼거나 다른 법안 처리를 연계하면서 번번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안건 끼워팔기’ 행태가 반복돼 국회가 제 일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가 특수활동비 예산 감시를 거부하는 건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도 “야당의 기본적 요구에 우선 여당이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강행하겠다고 하면 야당이 따를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올 들어 정치권은 6차례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그러나 여야는 그 때마다 주요 이슈를 놓고 정쟁을 벌이느라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었다. 4월 임시국회는 공무원연금개정안, 소득세법 개정안 등으로 대치하다 50여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6월 임시국회는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다투다 마지막 날 겨우 여당 단독으로 61개 법안을 처리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