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육상 패권이 케냐로 넘어가고 있다. 케냐는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따내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뜨는 케냐·지는 미국=육상 중장거리 강국 케냐는 단거리와 필드로 영역을 넓힘으로써 사상 첫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케냐의 니콜라스 벳(23)은 25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400m 허들 결승에서 47초79를 기록,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케냐는 부진했던 필드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했다. 줄리어스 예고(26)는 남자 창던지기에서 92.72m로 우승을 차지했다. 케냐선수로는 세계육상선수권 필드 종목에서 첫 정상에 오른 것이다.
케냐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라톤, 중장거리 강국이다. 그동안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은 마라톤, 1만m, 5000m, 3000m 장애물에 편중됐다. 하지만 최근 중거리 1500m와 800m에서도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케냐에서 육상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중장거리에 좋은 선수들이 몰리다 보니 성공으로 가는 길은 좁았다. 이에 어린 선수들은 국제무대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중거리와 단거리로 진출하고 있다.
육상 강국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6개씩 따내 3위에 그쳤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미국은 1983년(동독 우승)과 2001년, 2013년(이상 러시아 우승)에 이어 역대 4번째로 1위 자리를 내줬다.
◇또 웃지 못한 한국육상, 중국은 강세=12명을 파견한 한국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23일 남자 20㎞ 경보에서 김현섭(30)이 1시간21분40초로 10위를 차지하며 3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한 게 유일한 성과였다. 세단뛰기 김덕현(30)은 26일 남자 세단뛰기 예선에서 16m72를 기록, 1㎝ 차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프린터 김국영(24)은 남자 100m 예선 1조에서 10초48로 조 7위에 머물렀다. 남자 마라톤 노시완(23)은 2시간32분35초로 39위, 여자 마라톤 김성은(26)은 2시간42분14초로 30위에 그쳤다.
반면 중국은 금메달 1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개를 거두며 선전했다. 류훙(28)은 여자 경보 20㎞에서 1시간27분45초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중국이 금메달을 딴 건 2011년 여자 원반던지기 리옌펑(36) 이후 4년 만이다. 중국은 여자 포환던지기, 여자 해머던지기, 남자 멀리뛰기, 남자 400m 계주 등에서 메달을 추가했다.
중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단거리에 집중 투자했다. 전국에서 실력 있는 중·고교 선수들을 모아 체계적인 훈련을 시켰고, 기대주들을 미국으로 보내 선진 기술을 배우게 했다. 투자 효과를 이제 보고 있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산…세계 육상 패권 케냐로 이동
입력 2015-08-31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