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부는 이산가족 상봉…절차는 어떻게?

입력 2015-08-30 16:45

북한이 우리측이 제안한 지 단 하루 만에 실무접촉에 합의하면서, 1년 7개월여 만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순풍이 불고 있다. 차제에 상봉 정례화와 화상상봉 활성화하는 기반까지 다져야한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그동안 수차례 말을 뒤집었던 북한의 행동패턴 상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중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여부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실무접촉에 파견할 남측 대표단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또 상봉 일정과 장소, 규모는 물론 정례화 문제 등 여러 의제를 두고 정부와 협의키로 했다. 실무접촉은 통상 수석대표 1명과 대표 2명으로 구성된다. 행사일정이 확정되면 추첨으로 5배수를, 우선순위 등에 따라 2배수를 추린 뒤 북한과 명단을 교환한다. 이후 양측은 생사 여부 등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상봉 대상자를 선정한다. 최종 선정자는 통일부 주관으로 방북교육 등을 받은 뒤 통상 2박3일씩 두 차례로 나눠 상봉을 진행한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상봉 정례화가 논의될 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자기들이 원하는 게 있을 때만 제안하는 ‘대남협상용 도구’로 활용해왔다. 이번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까지 나서서 화해와 신뢰를 강조했다 해도 상봉 정례화를 위한 다각도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산가족 상봉은 매번 북한과 협상할 때마다 지나치게 정책역량이 소모되고 사회 분위기마저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 12만9698명 이산가족 중 절반가량이 사망해 이제는 낭비할 시간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참에 큰 틀의 정례화 합의를 이뤄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설비가 마련된 화상상봉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한적은 2005년 전국에 13개 화상상봉장을 설치했지만 그동안 행사가 성사된 건 모두 7차례뿐이다. 2007년 이후는 단 한 차례도 화상 상봉이 이뤄지지 않았고, 성사 인원도 남북 각 300명이 채 안된다.

그동안 남북이 대면 상봉을 중요시한 데 따른 현상이지만, 대상자들의 고령화 등으로 화상상봉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산가족 생존자 6만6292명 가운데 5만4123명(81.6%)가 70세 이상 고령자다. 매번 상봉행사마다 일부 참가자는 구급차를 타고 행사장을 향하는 경우가 나왔다. 대면 상봉 규모가 극히 제한적인 점도 화상 상봉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실무접촉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상봉 행사까진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예상되는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이다. 이산가족 상봉 시점과 비슷해 이를 전후로 남북 관계가 냉각될 경우 상봉행사는 또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 북한은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이며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발사장의 발사대도 증축해놨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실시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해까지 모두 19차례다. 이번 상봉이 성사되면 20번째다. 1∼3차 행사는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열렸고, 나머지는 금강산에서 개최됐다. 총 참가 인원은 남측이 1956명, 북측이 1978명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