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카트리나 10년 후… 복구 평가는 부정적

입력 2015-08-30 16:41
뉴올리언즈 풍경. 뉴스위크 홈페이지 캡처

미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 일대를 휩쓸고 간 지 29일(현지시간)로 꼭 10년이 됐다. 그동안의 복구 노력 덕에 뉴올리언즈는 외형상으로는 카트리나 이전의 모습을 많이 되찾았지만, 아직도 피폐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고 ‘제2의 카트리나’가 언제 또 엄습할지 모르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조명했다.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절반 이상이 ‘미국은 카트리나의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 NBC방송은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온즈 일대에 살던 가족 100만명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퇴한 전직교사 로버트 데이비스(75)씨는 카트리나로 파괴된 집 두 채를 잃고 고향을 영영 떠났다. 친척이 사는 조지아주에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2005년 10월 뉴올리언즈로 잠시 돌아왔지만 백인경찰에 체포된 뒤 흠씬 두들겨맞았다. 거리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을 뿐인데 취객으로 오해를 산 것이다. 데이비스씨는 뉴올리언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뉴올리언즈에서 나고 자란 로이 라이스(70·여)씨는 물에 잠긴 집에서 꼼짝도 못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서리를 친다. 어느 새 집안이 물바다로 변한 걸 알고 놀라 잠에서 깨어났지만 유일한 거동수단인 휠체어를 물 속에서 꺼낼 수가 없어서 공포에 사로잡혔다. 몇 시간 동안 고립된 집안에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다시는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포브스는 이 일대의 일자리와 인구가 카트리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일자리 10개 중 7개꼴로 평균임금 이하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하향 추세를 보이면서 빈곤층이 늘어났다. 연소득 2만3550만달러 이하 가구(4인 가족 기준)가 2000년 18.4%에서 2013년 19.3%로 증가했다.

CNN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51%가 ‘미국은 카트리나의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카트리나 1주년을 맞은 2006년 CNN 등이 실시한 조사에서 나왔던 반응 48% 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카트리나 같은 대형 재난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커진 것이다.

카트리나 복구활동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응답이 훨씬 많았다. 긍정적인 평가는 38%에 불과했고, 부정적인 평가는 59%에 달했다.

카트리나를 떠올리면 ‘슬픔을 느낀다’는 반응이 77%였으며 ‘분노를 느낀다’는 응답은 39%였다. 2005년 조사 당시 슬픔(98%)과 분노(62%)에 비하면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카트리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2005년 8월29일 뉴올리언즈 일대를 강타한 카트리나는 1883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3백만명 이상의 이재민을 낳았으며 108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