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4일 취임 후 2번째로 중국을 방문한다.
최근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남북합의를 이끌어내며 동력을 끌어 모은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시작으로 오는 10월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연내 한중일·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외교 부문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안으로는 4대 구조개혁, 밖으로는 정상외교를 통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동력의 이완 없이 집권 3년 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에서는 2일 한중정상회담을 시작으로 7년째 개점휴업 상태인 6자회담과 북한·북핵 문제 등에 새로운 물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은 최근 한반도 긴장사태를 겪으면서 북한에 대해 이전보다 단호해진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26일 국회를 방문한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예고해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8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헤리티지 재단 공동주최로 열린 국제 학술회의에서 "금번 사태는 지난 수년간 진해돼 온 한중관계 및 중북관계의 변화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면서 "5년 전 천안함·연평도 도발 시와는 달리 중국정부는 과거의 양비론적 입장에서 벗어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공식반응을 내놨다"고 밝혔다.
황 본부장은 또한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북 양자관계는 핵문제로 인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불가측한 행태 속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돼 갈수록, 중국의 북핵반대입장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측이 북핵문제를 선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어 다음날인 3일 오전에 열리는 항일(抗日)전쟁·반(反)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은 동북아 안보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54년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주더(朱德) 인민해방군(PLA) 총사령관과 나란히 중국 건국기념 열병식을 지켜보며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 임을 대내외에 과시한지 60여년 만에 그 자리를 박 대통령이 대신하게 됐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직후에 열린 5차 열병식에서는 한국전 참전 중공군이 열병식에 참석해 주더 당시 PLA 총사령관이 '항미원조' 전쟁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 때 김일성 주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 주석은 이후 1959년 11차 열병식에 참석한 바 있다.
특히 이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시선과 한미일 공조 균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열병식 참석을 전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미·중 균형자 외교'의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간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이어 시 주석 주최 오찬 리셉션에 참석한 뒤, 상하이(上海)로 이동해 이튿날인 4일 오전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관식 참석과 관련해 중국 현지에서는 항일전쟁 전승 70주년을 맞아 우리 독립운동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즉, 대한민국은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두고 중국 인민과 함께 항일전쟁을 펼쳤다는 소위 '항일 공동전선'론(論)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중관계가 기존 우호관계를 넘어서 '혈맹관계'로도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항일전쟁의 혈맹국가로 북한만을 인정해온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북·중, 한·중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오는 4일 재개관하는 상하이 임시정부 건물 재개관 예산을 전액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현지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승절 불참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한·중이 '신(新) 항일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격앙된 분위기도 관측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일 3국 공조체제의 균열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4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을 마친 후 동포간담회와 한중비즈니스포럼 등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저녁 귀국할 예정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朴대통령, 집권 후반기 숨가쁜 외교 레이스 시동...2~4일 중국 방문
입력 2015-08-30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