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노동조합 대의원 김모씨는 회사가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유인물을 나눠주다 1997년 해고됐다. 김씨는 2000년 2월 해고무효소송을 내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실제 복직까지는 5년이 넘게 걸렸다. 소송에 1심에서 10개월, 항소심 1년 2개월, 대법원 3년 5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법원이 사건을 묵히는 바람에 복직이 늦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씨 주장은 합리적 시간에 선고가 이뤄져야 당사자가 요청한 권리구제의 실익이 지켜지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3월 사상 처음 대법원에 재판이 늦어진 이유를 소명하라고 하기도 했지만 결국 원고 패소 판결했다.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상고심에 접수된 지 2년 넘게 판결 선고가 이뤄지지 않은 형사 사건은 267건이다. 행정 사건은 190건, 민사 본안 사건은 325건이다. 대법원 사건 가운데 가장 오래 계류 중인 건은 서울외곽순환도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도로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한국도로공사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이다.
2004년 3월 제기된 소송에서 주민들은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2008년 7월 상고됐지만 대법원은 7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씨는 2005년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보지 못하고 2013년 12월 숨졌다. 이 소송은 대법원 파기환송과 재상고를 거쳐 아직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너무 많은 게 장기미제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이라며 “현재 대법관들이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도 밤늦게 일할 만큼 업무가 과중한 상태로 대안은 결국 상고법원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늑장재판에 소송 중 당사자 사망하기도…대법원 "상고법원이 해답"
입력 2015-08-30 07:12 수정 2015-08-30 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