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심장에 총 겨누고 방아쇠 당겼다” 장난인가 살인인가…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8-29 11:09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발생한 총기 장난 의경 사망 사고와 관련, 경찰이 가해자인 박모(54) 경위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박 경위가 비슷한 장난을 곧잘 쳤으며 피해자의 실탄이 어떻게 장전돼 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심장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으니 살인 혐의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아우성입니다. 29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구파발 총기 사고 사건을 둘러싼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네티즌들은 무엇보다 젊은 의경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박 경위가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는 사실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는 지난 25일 발생했습니다.

오후 5시쯤 검문소 내무반에 들어간 박 경위는 마침 빵을 먹고 있던 의경들에게 “늬들끼리만 먹으면 총으로 쏜다”며 경찰조끼에 품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격발했습니다. 박 경위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원형 탄창의 첫 칸은 비워놓고 두 번째 칸은 공포탄, 세 번째 칸에는 실탄을 넣어놓았다. 당연히 안전장치가 잠겨 있는 줄 알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실탄이 발사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사고로 박모(21) 상경이 숨졌습니다.

애초 단순한 사고로 알려졌지만 후속 보도가 이어지면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포착됐습니다.

우선 박 경위는 평소에도 총으로 후임들을 겨누는 장난을 종종 쳤다고 합니다.

피해자인 박 상경의 부친은 지난 26일 아들 빈소에서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휴가 나온 아들한테서 ‘박 경위가 자꾸만 총을 겨누며 장난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당시에는 ‘위험하게 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느냐. 너는 항상 조심해라’라고 일러두고 넘어갔는데 (그때 경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게) 너무나 후회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상경의 부친은 “현장에 함께 있던 의경들도 ‘박 경위가 두세번 정도 총으로 장난을 쳤고 이번 여름에도 그런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경찰은 “박 경위가 과거에도 의경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욕설을 하며 권총을 겨눈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도 총을 쏘기 전 ‘일렬로 서라’고 의경에게 지시했지만 일부 의경들이 겁을 먹고 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안전고무가 빠져 있는 상황도 의아합니다. 38구경 권총 방아쇠에는 경찰에서 자체 제작한 안전고무가 끼워져 있어서 방아쇠가 쉽게 당겨지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 안전고무는 대체 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걸까요?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 안전고무를 잡아 뺐을 가능성이 있겠죠.

박 경위는 또 과거 문제가 많은 인물로 평가받았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뉴스원 보도에 따르면 박 경위는 관리가 힘든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1989년 경찰이 된 박 경위는 96년과 2009년 각각 복무이탈과 품위손상으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는군요. 과거 근무지에서 상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등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고 ‘시한폭탄’이라고 불렸다고도 합니다.

박 경위와 함께 근무한 경찰은 ‘박 경위가 윗 사람과 대화할 때 불만섞인 말투를 주로 썼고 아래 사람들을 잘 갈구는 스타일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고 뉴스원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박 경위의 약물 처방도 논란거리입니다. 2009~2010년 우울증 투약 처방을 세 차례 받았고 최근에도 불안신경증 등 증상으로 월 1회 간격으로 수년간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자, 상황이 이러니 과실치사가 아니라 살인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앓던 사람이 총기로 수차례 장난을 쳤다. 의경들 일렬로 줄 서라고 한 뒤 그 심장에 총을 겨눈 채 방아쇠를 당겼다. 이게 실수인가 고의인가. 이 정도면 살인 아닌가.”

허술한 총기관리로 사고가 잇따르지만 여전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사망한 박 상경의 부친은 인터뷰에서 “아들아, 좋은 데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 갈게”라고 했다고 합니다. 한 가정이 풍비박산났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