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배우 하정우가 얘기하는 초짜감독 하정우의 고민

입력 2015-08-28 17:22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37)에게 부족한 게 있을까. 믿고 보는 그가 천만배우 타이틀까지 얻었다. 그에게 남은 숙제가 있다면, 연출이다.

지난 26일 서울 동자동의 한 호텔 식당에서 열린 암살 천만 돌파 기념행사에서 하정우를 만났다. 그는 밝은 얼굴로 기자들과 담소를 나눴다. 암살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둔 뒤 주변에서 축하 메시지가 쏟아진다며 즐거워했다.

최동훈 감독과 작업하면서 많을 걸 배웠다고 했다. 하정우는 “최동훈 감독에게는 열정이 있다”며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자기반성에 들어갔다. 그는 “저는 허삼관을 상업영화라고 생각해 머리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많이 부족했구나 싶었다”고 얘기를 이어갔다.

‘허삼관’(2014)은 감독 하정우가 내놓은 첫 상업영화다. 앞서 내놓은 ‘롤러코스터’(2013)는 저예산 영화였다. 야심차게 제작비 100억원을 들여 만들었으나 허삼관은 흥행에 실패했다. 최종 누적관객 95만명을 들였다. 손익분기점 300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허삼관 이후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건네기가 무섭게 하정우는 “많이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아픈 만큼 많이 배웠다는 게 그의 말이다.

“많이 힘들었지만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는 메이저에서 일하고 있지만 감독으로서는 한참 멀었으니까요.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하다보면 될 것 같아요.”

하정우는 긍정적이었다. 허삼관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단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해서 반성을 하진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 수 있는 한계가 그거였어요. 그래서 반성하지 않아요. 더 공부하고, 일상을 살면서도 삶을 더 밀도 있게 느껴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하정우는 현재 박찬욱 감독 작품 ‘아가씨’ 촬영 중이다. 이후 김성훈 감독의 ‘터널’,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 손영성 감독의 ‘앙드레김’ 등 차기작이 줄줄이 기다린다. 이런 중에도 연출 의지는 여전히 불타고 있다. 조만간 세 번째 연출작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상은 이미 끝났다.

“또 망할 수 있어요. 그러나 계속 하다보면 관객들과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더 기대감이 생겨요. 지켜봐주세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