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 사고’라고 했다. 경찰은 25일 총기 사고 직후 “박 경위가 경찰조끼에서 휴대한 권총을 꺼내다가 총이 격발돼 박 상경이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고 했다. 박 상경의 아버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2시간이 넘도록 ‘오발 사고’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오후 10시에 진행된 경찰 브리핑에서도 ‘오발 사고’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어 경찰은 박 경위가 실탄이 나갈 줄 모른 채 장난으로 방아쇠를 당겨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과연 오발일까. 오발은 총을 잘못 쐈다는 뜻이다. 보통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총이 발사 됐을 때 쓰인다. 경찰의 첫 발표처럼 경찰 조끼에서 권총을 꺼내다 방아쇠가 무언가에 눌려 발사됐다면 오발이라는 표현이 맞다. 박 경위는 “총은 이렇게 나가는 거야”라며 박 상경을 향해 총을 겨눴다. 안전장치인 고무패킹도 직접 뺐다. 총을 본 다른 의경 2명은 사물함 뒤로 도망쳤다. 방아쇠를 당겼다. 나간 건 실탄이었다. 실탄이 나갈 줄 몰랐다는 박 경위는 당황한 채 박 상경을 끌어안고 울었다고 한다.
경찰의 기강해이와 총기관리 부실이 한 청춘의 목숨을 앗아갔다.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의경 5명 중 1명은 지난달 탈영했다. 심지어 이미 한 차례 탈영했다 붙잡혀 온 의경이었다. 사고 당일 근무일지와 의경들의 실제 근무는 달랐다. 초소근무자는 상황실에, 상황실 근무자는 생활관에 있었다. 남북 대치로 비상근무 중이던 대한민국 경찰의 근무일지는 허술했다.
‘경찰장비관리규칙’대로 안전교육이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다. 박 경위는 첫발은 탄환이 들어있지 않은 ‘공격발’ 상태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규정대로 장전했다면 첫 발은 공포탄이 발사된다. 27년차 ‘베테랑’인 박 경위는 규정을 모르고 있었다.
박 상경을 잊지 못한 친구들로 가득 찬 빈소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조화를 보냈다. 무엇이 잘못된 ‘오발 사고’였는지 분명히 밝히는 것만이 경찰이 박 상경을 잊지 않는 길이다. 박 상경은 사고 하루 전인 24일 휴가를 가려고 했으나 남북 군사 대치로 나가지 못했다. 영결식은 28일 은평경찰서에서 열린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기본 망각한 경찰이 앗아간 생명…과연 ‘오발’일까
입력 2015-08-28 0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