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문을 이끌어낸 데는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의 ‘화장실 담판’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부터 ‘무박 4일’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초반,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회담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서울과 평양으로 협상 장면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회담 장면을 지켜보고 수시로 훈령을 내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간접 정상회담’이란 평가를 받았다.
평양에서 지켜보는 시선을 의식한 북측 대표단은 지뢰도발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협상이 좀처럼 진척을 이루지 못하자 청와대에서 김 실장에게 “화장실에서 북측 대표단과 접촉하라”고 했다. 평양으로 중계되는 카메라가 없는 공간에서 황 총정치국장과 좀 더 솔직하게 협상을 진행하라는 뜻이다.
이에 김 실장은 회담 정회 중 화장실에서 만난 황 총정치국장에게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회담장 밖에서도 김 실장의 집요한 설득이 이어지자 황 총정치국장은 결국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면 되지 않겠소”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회적으로 북한의 소행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지뢰도발을 두고 평행선을 유지하던 남북의 입장차는 황 총정치국장의 언급 이후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이번 고위급 접촉의 또 다른 대표였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도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젊은 사람답게 돌파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관진-황병서, 화장실 담판 통해 결실 맺어”
입력 2015-08-28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