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나온 “이일화 언니와 성경공부 내 인생의 전환점”…스타인헤븐

입력 2015-08-28 00:10
서영희기자 finalcut02@kmib.co.kr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장 1절)

친구 따라 서울 간다는 말처럼, 철학과를 다니고 있던 정나온은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를 따라 용돈이나 벌 목적으로 모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우연히 모델 정나온의 사진을 박주미 이상하 하수빈 등 당대 톱스타들을 매니지먼트하는 회사가 발견해서 그녀를 발탁했다. 그렇게 연예계에 살짝 발을 내딛었던 그는 이듬해에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1995년 1월에 SBS 탤런트 5기로 턱하니 붙게 됐다.

당시 공채 탤런트에게는 해당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캐스팅에 기회를 주었다. 1월에 탤런트가 됐고 정나온은 1월부터 드라마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준비도 안 된 그때에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정나온은 “첫 드라마부터 주연급으로 발탁이 됐다”라며 “동기는 유준상 정성환 최성국 등이었고 김남주 선배가 4기 선배였고 성동일 선배가 1기였다”고 전했다. “무명인 선배들도 많았는데 제가 바로 주인공에 들어간다고 부러워하던 분들도 많았어요.”

정나온은 드라마 ‘코리아게이트’ ‘만강’ 등 1995년 한 해를 쉬지 않고 달렸다. 당시에는 주연급으로 계속 드라마에 출연하니 감사의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시간이 좀 지났고 당시 아파트 옆 단지에 미니시리즈 작가 선생님이 계셨어요. 아침에 대본 연습하러 갈 때 만나기도 하고 그랬죠. 근데 그 선생님이 저에게 대학 등록금이라도 내라고 아침드라마 2,3번째 역할이라도 하라고 하셨는데 안 한다고 했어요. 주연급부터 해서 제가 그 역할이 당시에는 양에 안찼었어요.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웃음)”

주연부터 시작한 정나온은 욕심을 내려두기가 어려웠다. 당시 동시간대 드라마 주인공으로 김지호와 권오중 등의 배우가 뜨고 있었다. 하지만 정나온이 주연으로 발탁된 드라마는 조기종영되면서 정나온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황이 시작됐다. 하나님이 그녀를 향해 연단의 시간을 갖기를 원하고 계셨다.

정나온은 “저는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복귀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제가 고등학교 때 밴드부 리드싱어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가 가수를 해서 화려하게 복귀하고 싶었다. 노래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소속사였던 연기자 매니지먼트에서 나오고 음반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됐다. 하지만 앨범 발매와 가수 데뷔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IMF도 왔고 아이돌 정국의 가요계에서 ‘록’을 하고 싶다고 고집했던 그녀였다.

“그때 제가 정말 정신을 못 차렸던지 걸그룹은 하기 싫었어요. 결국 제 고집으로 2001년에는 여성2인조 록그룹 ‘버튼’을 결성해서 앨범 한 장이 나왔어요. 버튼 프로듀서로 신해철과 넥스트의 모든 멤버들, 플라워 고성진 등 훌륭한 분들이 곡을 만들어주셨지만 앨범이 막상 나오고 나니 허무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 한 장이 뭐?’라는 자문을 하면서 우울함이 밀려 왔다고 고백했다. 앨범을 내고 라이브 가수로 공연장도 다녔지만 그녀의 마음은 잡히지 않았다.



한 인간의 방황과 고뇌가 시작됐고 그것은 다시 연기자의 길로 돌아가라는 하나님의 계획하심 속에 있었다. 어느새 30대가 된 정나온은 다시금 하나님 앞에 나아갔다. 당시 정나온에게 하나님이 주신 말씀은 창세기 1장 1절 말씀이었다.

정나온은 “저는 사실 너무 열심을 내고 사는 스타일이었다”라며 “어머니도 열심히 사셨고 그래서 저도 저렇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태초부터 하나님이 다 만드셨는데 내가 바둥바둥하는 것이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의 관점에서 성공하고 싶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던 정나온은 이제 하나님의 관점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우주의 근원적인 존재가 볼 때 스스로의 좌표는 어디쯤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었다. 정나온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고 욕심도 내려두게 됐다.

그때 정나온에게 힘이 됐던 이들이 있으니 바로 성경공부를 하는 크리스천 연기자들의 모임이었다. 정나온은 “공백기에 정말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을 때 동기한테 전화가 왔다”라며 “성경공부를 하는 모임인데 나와 보라고 해서 거기에 나가면서부터 다시 나의 정체성을 인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성경공부모임에 SBS 2기 공채탤런트인 이일화 언니랑, SBS 공채털런트 1기인 오아랑 언니가 계셨어요. 당시 언니들을 보니, 10년의 시간 동안 단역을 하면서 연기자로서 길을 지켜가고 계시더라고요. 그때 그분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저도 단역부터 연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나온은 초심으로 돌아갔고 데뷔할 때 다져지지 못 했고 오랜 시간 방황하면서 배움이 없었던 연기를 선배들을 붙잡으면서 배웠다. 마음을 잡고 노력을 시작했던 그녀에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기회가 왔고 ‘요덕스토리’ ‘친정엄마’ 등의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2007년에는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도 출연했다.

“하나님이 허락하셨기 때문에 ‘맨 오브 라만차’부터 뮤지컬과 드라마의 기회가 왔던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으로 극의 경중을 계산하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배우로서의 길 뿐만 아니라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정나온은 CBS 성서학당의 고정게스트, 음악공개방송인 극동방송 ‘수채화’의 MC로도 활약했다. 현재로는 4년째 기독교인터넷방송국 와우CCM에서 ‘나디브타임’ 진행자로 섬기고 있다.

“지금도 제가 무작정 열심을 내고 싶어질 때마다 기도해요. ‘하나님 주님 뜻대로 이끌어주시고 저의 열심을 잠재워주세요’라고 말이죠. 돌아보면 뭔가 저에게 주어진 게 있다면 그건 다 하나님이 주신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맡겨야 하는 듯해요. 힘을 빼면 뺄수록 고수인 듯해요.(웃음)”

올해 들어서는 배우 이일화와 함께 웹드라마 ‘로스타임라이프’도 촬영했다. 앞으로 연기자로서 성실하게 한걸음씩 떼려고 하는 정나온이다.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고요. 연기가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싶어요. 다윗이 혼돈을 잠재울 때 악기를 타면서 시를 읊었다고 하는 성경의 내용이 있어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혼돈도 잠재우는 힘이 있는 듯해요. 배우도 연기할 때 그런 아름다운 힘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윗이 악기를 타고 노래를 하는 아름다운 힘이 저에게도 있기를 기도합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