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허무는 온라인 쇼핑 업체 간 무한 경쟁 체제 돌입

입력 2015-08-27 19:32
소셜커머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쿠팡이 오픈마켓 서비스 도입을 예고하면서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서로의 서비스를 흡수하면서 업계 간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것과 동시에 개별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셜커머스 업체로 분류됐던 쿠팡은 다음달 중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쿠팡은 그간 상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와 제품을 직접 구입한 후 판매하는 ‘리테일 서비스’를 해왔다. 여기에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기존 오픈마켓 형태의 마켓플레이스 서비스 도입을 발표한 것이다.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쿠팡으로서는 보다 다양한 상품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앞서 오픈마켓 업체들은 소셜커머스가 강점을 갖고 있던 모바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지난해 오픈마켓 거래액은 18조6200억원으로 추정돼 소셜커머스(4조8100억원)를 크게 앞섰지만 모바일에서는 소셜커머스의 강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PC를 기반으로 한 상품 거래액이 주춤한 반면 모바일 기반 거래액은 매년 세자릿수 이상 급성장해 오픈마켓으로서는 모바일에 집중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오픈마켓 업체들은 11번가의 ‘쇼핑딜’, G마켓의 ‘G9' 같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며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모바일 부문을 보강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소셜커머스 입장에선 규모가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상품력을 보강하기 위해 오픈마켓 서비스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업체가 오픈마켓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였다”며 “나머지 업체들도 여건이 된다면 오픈마켓을 도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마켓 업계에서는 쿠팡의 사업 형태가 어떤 것일지 지켜봐야 하지만 투자를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마케팅을 공세적으로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미국 세콰이어캐피털과 블랙록으로부터 4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올해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아직까지 온라인쇼핑에서 소비자가 채널을 선택하는 중요 요소는 가격”이라며 “막대한 투자를 받아낸 소셜커머스 업계가 각종 프로모션으로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두 업계가 서로 간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온라인쇼핑 시장 전체가 커질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쇼핑이 경쟁을 통해 성장했지만 지금까지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쪽 매출을 더 많이 가져왔다”며 “서로 간의 경쟁을 통해 온라인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