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보내달라"며 불질렀지만 교도소 못간 60대, 왜?

입력 2015-08-27 17:36

교도소에 보내달라며 자신이 머물던 여관에 불을 질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강문경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모(67)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강씨의 부모는 1948년 1월에 태어난 강씨에 대해 1953년 12월에 되서야 출생신고를 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강씨는 주민등록번호를 부여 받지 못하고 살다가 1975년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했고, 2005년 12월 실종선고 심판이 확정돼 숨진 것으로 간주됐다.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됐지만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그가 불편을 느끼게 된 것은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부터. 병원에 가더라도 주민번호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했고, 주민번호를 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실종 선고된 이후여서 불가능했다.

강씨는 교도소에 가면 국가에서 주민번호를 부여해주는 것은 물론 병원 진료도 해줄 것으로 판단하고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지난 6월15일 오후 6시30분쯤 대전 동구의 한 여관에서 우산과 신발, 손수건 등을 종이상자에 담아 불을 붙여 방화를 시도했지만 여관 주인에게 발각됐다.

재판부는 “불이 진화되지 않았다면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 등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었으므로 죄질이 좋지 못하다”면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국가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우발적으로 불을 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