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미국…총기규제 목소리 힘 실리나

입력 2015-08-27 17:37
방송사 기자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지니아주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총기규제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개인의 총기 소유를 합법화한 미국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이 날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결국은 미국 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번번이 좌초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총기 규제를 임기 중 숙원 과제로 추진해 왔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무장괴한의 총기 난사로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최소 28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하면서 총기 규제 강화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6월에도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청년 딜런 루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 9명의 흑인이 사망하면서 총기 규제론이 다시금 힘을 얻는 듯했지만 이 역시 사그라들었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미 총기협회의 로비에다 총기를 사실상 ‘필요악’처럼 인식하는 미국 사회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 ABC6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미국에서 총기사고로 발생한 희생자가 그 어떤 테러 희생자보다 많다”며 총기규제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총기범죄에 대해 뭐라도 해야 한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로어노크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에 충격 받았다. 피해자 앨리슨 파커와 애덤 워드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2년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시 한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살해하고 70명을 부상입힌 제임스 홈스(27)에게 이날 12회의 종신형에 징역 3318년이 선고됐다. 미국 법정은 흉악범에게 선고를 내릴 때 복수의 종신형에 징역을 얹을 수 있으며, 피해자 1인당 하나의 죄목을 적용해 판결할 수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