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열병식 참석 키워드는 '오랜친구'...최고 예우 받을듯

입력 2015-08-27 16:28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열병식 참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박 대통령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 이전부터 ‘오랜 친구’로 불러왔다. 2005년 첫 만남 이후 지속적인 신뢰와 배려로 한층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은 두 정상 간 ‘라오펑유’ 관계를 한층 공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까지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명실상부한 ‘정열경열(政熱經熱)’ 상태로 발전한 양국 관계 외에 시 주석과의 두터운 신뢰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최근의 한·중 양자관계는 물론 두 정상의 오랜 관계, 여기에 우리 독립운동의 주무대가 중국이라는 점 등 독립투쟁의 역사를 공유한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013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하얼빈역에 안중근의사 기념표지석 설치를 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에 아예 안중근기념관 설립으로 ‘통 크게’ 화답했다. 다음달 4일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도 정국 정부의 전폭적인 이뤄졌다. 2013년 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에 우리 정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선포로 대응한 뒤 이례적인 중국의 조용한 반응 역시 한층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 대통령의 이번 전승절 참석은 또 한·중 양국 정상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실상의 공동보조를 맞추는 식으로 대일(對日) 압박을 하는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관 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임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한다. 우리가 미국 중국의 동북아 패권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해 먼저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최근에도 “무슨 일이 외교적으로 생겨 ‘또 우리나라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겠네’라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국격에도 맞지 않고 패배식”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다음달 2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논의에도 힘을 싣게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행사가 열리는 베이징 톈안먼(天安門)의 성루에서 시 주석과 나란히 앉아 열병식을 참관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외국 지도자 중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성루 위에서 시 주석 왼쪽에 서고 푸틴 대통령이 오른쪽에 서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또 밀착된 한·중 관계와 얼어붙은 북·중관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장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톈안먼 성루는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1950년대에 최소 2차례 올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등 당시 중국 지도부와 함께 열병식을 지켜본 적이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급속하게 변화된 역학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