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사이언스 챌리지 2015’ 본선에 오른 인천 진산과학고 유성준(18)군은 27일 경기도 가평 한화 인재경영원에서 열린 실험 결과물 전시 심사에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로 만든 상자를 선보였다. 상자 바닥의 절반은 검게, 나머지 절반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상자 위에는 백열등 두 개가 설치돼 검은색 판과 흰색 판을 각각 비추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전시물의 역할을 묻자 유군은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검은색 판이 열을 더 빨리 흡수해 공기가 위로 상승하고, 흰색판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공기가 아래로 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기의 대류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실제 상자 중앙에 틈을 통해 송진을 뿌리자 공기가 아래로 향하는 흰색 판 쪽에 더 많은 송진가루가 쌓이는 모습이 보였다.
유군은 “이 같은 자연원리를 생활 곳곳에 이롭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 디자인에도 흑백의 원리를 적용하면 자연스러운 대류현상이 발생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얼룩말의 얼룩무늬가 대류현상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온도를 낮춘다는 신문기사를 본 뒤 이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과일껍질을 이용한 바닷물의 담수화’라는 주제로 본선에 진출한 경기과학고 김지윤(17)양의 연구도 눈길을 끌었다. 김양은 “우연히 동생이 마시던 과일차의 염분을 조사해 보니 염분이 크게 줄어든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바닷물 담수화 전처리 과정에 버려지는 과일 껍질 등을 활용하면 염분을 낮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폐기물 재활용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구 동기를 설명했다. 김양은 이날 각종 과일별 염분 분해 능력을 조사해 발표했다.
2011년 시작된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는 한화그룹이 미래의 노벨상 후보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청소년 과학경진대회다. 올해 대회는 ‘Saving the Earth(지구를 살리자)’를 탐구 주제로 전국 고등학생 457개 팀이 참여했고, 이날 본선에 오른 30개 팀 중 28일 대상 1팀, 금상 2팀 등을 최종 시상한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은기 인하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는 “고등학생만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대회를 ‘한국의 젊은 노벨상’을 지향하는 국내 최고, 최대 규모의 과학축제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평=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르포] “일상서 얻은 아이디어로 미래 노벨상 꿈꿔요”…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2015
입력 2015-08-27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