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원상당 기름 도둑들 검거… 주유소 빌려 영업하며 인근 송유관까지 땅꿀 파

입력 2015-08-27 13:52 수정 2015-08-27 14:47
송유관 근처에 있는 주유소를 임차해 땅굴을 판 뒤 수십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수절도 및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박모(48)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이모(49)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박씨 등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용인, 평택, 경북 김천, 충북 청주 등 전국 7곳에서 송유관을 뚫어 기름 450만ℓ(81억원 상당)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송유관이 지나는 곳을 파악한 뒤 주변에 있는 주유소를 빌려 보일러실이나 숙직실 지하에 땅굴을 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한번에 대량으로 기름을 훔칠 경우 대한송유관공사 유압관리 시스템에 적발된다는 사실을 알고 소량의 기름을 수시로 훔치는 식으로 범행했다. 훔친 기름은 위장 영업 중인 주유소에서 판매하거나 도매상격인 저유소에 팔았다.

경찰은 또다른 송유관 절도단 총책 김모(48)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또다른 김모(46)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인천, 전남 순천 등 2곳에서 주차장 부지 등을 임차해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 13만ℓ(2억원 상당)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덤프트럭(20t)을 개조해 공사차량인 것처럼 위장하고는 실제로는 기름을 날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송유관공사의 유압 체크 시스템상 기름 절도가 의심되더라도 반경 2.5∼10㎞ 정도까지만 확인돼 현장을 단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hck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