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건강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임신 중 자궁 내 감염, 즉 융모양막염이 경우에 따라서는 되레 미숙아의 폐 등 장기를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최창원(사진) 교수팀이 출산을 앞둔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산모의 양수감염 또는 염증이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미숙아의 폐를 보호해 기관지폐이형성증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만성 폐질환인 기관지폐이형성증은 미숙아에게 발생하는 주요 합병증 중 하나다. 신생아가 이 병을 갖고 있으면 인공호흡기에 더 오래 의지하게 할 뿐만 아니라 퇴원 후에도 가정에서 산소를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무엇보다도 장기적 뇌신경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RS 바이러스 등의 호흡기 감염과 기관지 천식에도 취약해지는 등 미숙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팀은 출산을 20일 앞둔 모체 쥐의 양막 내에 염증유도물질인 ‘리포폴리사카라이드’(LPS, 지질 다당류, 박테리아 세포막의 외막을 구성하는 물질로 면역반응을 시험할 때 사용)를 투여하고, 출생 1일 후, 3일 후, 5일 후 신생 쥐의 복막 내에 염증 물질을 다시 투여했다. 그리고 말초혈액과 기관지 폐포 세포액, 그리고 신생 쥐의 폐 조직을 채취해 백혈구, 호중구의 수치변화 등 염증반응과 폐포 내 혈관 생성 여부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모체에 미리 염증물질을 투여한 신생 쥐가 그렇지 않은 신생 쥐에 비해 염증 수치는 물론 혈관 형성에서도 크게 유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그 동안 주로 태아에 대한 부정적 역할만 알려져 있던 양수 감염이 ‘면역관용 유도를 통한 신생아 폐 보호’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소아과학 기초연구분야의 국제 학술지 ‘피디아트릭 리서치’(Pediatric Research)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태내 양수감염 무조건 독 아니다 미숙아 폐보호 효과도 있다
입력 2015-08-27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