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방송 기자 살해범 “총기난사범 조승희 영향 받았다”

입력 2015-08-27 07:09 수정 2015-08-27 07:17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당시 범인 조승희의 사진을 전한 NBC 방송 화면
살해당한 WDBJ 방송 기자들
미국에서 생방송 중인 기자를 총격으로 살해한 범인이 버지니아공대 한인학생 총기난사 사건과 흑인교회 백인 총기난사 사건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ABC 방송은 26일(현지시간) 생방송 기자 살해범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으로부터 팩스 문서를 수신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플래내건이 버지니아주 플랭클린 카운티에서 생방송 중인 기자를 총격으로 살해하고 2시간쯤 뒤 자살기도 직전에 ‘가족과 친구에게 보내는 자살 공책’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문서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플래내건은 몇 주 전부터 전화를 걸어 팩스번호를 물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문서에 적은 이름은 과거 재직한 지역방송사 WDBJ에서 사용했던 예명 브라이언 윌리엄스였다.

플래내건은 이 문서에서 범행 동기를 적었다.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가 지난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교회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한 사건을 앞세워 “인종간 전쟁을 선동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플래내건은 흑인이다.

플래내건은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은 교회 총격사건”이라며 “내 총알에 희생자(방송기자들)의 이름 이니셜을 새겼다”고 했다. 딜런 루프와 백인에 대한 증오도 문서에 담겼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살해한 한인학생 조승희도 플래내건에게 영향을 끼쳤다. 플래내건은 “조승희가 에릭 해리스·딜런 클레볼드(1999년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범)보다 2배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며 “나의 분노는 꾸준히 쌓인 것이다. 폭발하길 기다리는 화약통과 같았다”고 했다.

플래내건은 오전 6시45분쯤 플랭클린 카운티의 한 놀이공원에서 지역 상공회의소 관계자와 인터뷰 중이었던 WDBJ 기자 앨리슨 파커(24)와 카메라기자 애덤 워드(27)에게 총격을 가했다. 파커와 워드는 사망했다.

이들의 죽음은 생방송 중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방송 화면에서는 6~7발의 총성이 연이어 들리면서 파커가 쓰러진 장면이 나왔다. 카메라가 바닥으로 쓰러진 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플래내건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권총을 겨눈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플래내건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