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열차 테러 막은 또 한 명의 영웅…총상 입고 병원 치료중

입력 2015-08-26 22:50
유튜브 캡처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행 탈리스 고속열차의 테러를 막은 인물 가운데는 미군과 영국인 등 알려진 4명의 영웅뿐 아니라 또 다른 두 명의 숨겨진 영웅이 있었다.

열차 테러범 아유브 엘 카자니(26)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등에 관통상을 입은 프랑스계 미국인 마크 무갈리언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소르본대 교수인 무갈리언이 26일 프랑스 주간지 파리 마치와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무갈리언은 사건이 발생했던 21일 오후 아내와 기르던 개와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고속열차에 타고 있었다.

무갈리언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엘 카자니가 올라탈 때 “바퀴가 달린 큰 가방을 젊은이가 끌고 들어왔는데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가방에는 자동소총과 총알 270발, 권총, 칼, 휘발유병이 있었다고 프랑스 검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무갈리언은 “그가 가방을 들고 화장실에 간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화장실 쪽을 쳐다봤는데 아주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갈리언은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일어섰을 때 범인이 화장실에서 나왔으며 다른 젊은이가 뒤에서 그를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화장실에서 자동소총을 매고 나온 엘 카자니를 가장 먼저 덮친 주인공은 프랑스 승객으로 네덜란드 은행에서 일하는 28세 남성으로 알려졌다. 이 영웅은 이름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무갈리언도 바로 뛰어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엘 카자니의 자동소총을 빼앗아서는 객차에 있는 아내 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순간 엘 카자니가 권총을 꺼내 무갈리언의 등을 겨냥해 쏘았다.

무갈리언은 바닥에 쓰러지면서 자동소총을 떨어뜨렸다.

무갈리언은 “총소리를 듣는 순간 등에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면서 “그가 권총을 가졌는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엘 카자니는 자동소총을 주워서는 쓰러져 있는 무갈리언에게 다가갔다.

무갈리언은 “‘이제 나를 죽이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는데 누군가가 전속력으로 통로에서 뛰어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 공군 소속 스펜서 스톤 등 3명의 미국인과 영국인 승객 크리스 노먼으로 총소리를 듣고 엘 카자니를 제압하려고 달려간 것이다.

스톤은 엘 카자니와 몸싸움 과정에서 목을 조르는 동안 그가 휘두른 칼에 목을 찔리고 손가락이 거의 잘려나갈 정도로 크게 다쳤다.

그러나 군 의무병이었던 그는 무갈리언의 총상을 지혈해 생명을 건질 수 있도록 도왔다.

무갈리언은 “정말 고통스러웠으며 감동적이었다”면서 “스톤 덕분에 과다출혈로 숨지지 않았다”고 고마워했다.

무갈리언은 현재 프랑스 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퇴원 후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을 예정이다.

프랑스 검찰은 지난 21일 고속열차에서 총기를 발사해 3명을 다치게 한 엘 자카니에 대해서 테러와 관련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