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상당수는 북한이 잘 살기 위해서는 외국과의 경제협력 확대와 자본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생활은 예전보다 나아졌으나 소득 격차는 심화되는 모습이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6일 '2015 북한 사회변동과 주민의식 변화' 학술 행사를 열고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탈북한 북한 주민 146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2011∼2014년도의 탈북자 조사 내용도 함께 반영했다.
장용석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설문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 중 북한이 잘 살기 위한 정책 1순위로 37.7%는 '외국과 경제협력 확대', 30.1%는 '자본주의 도입'을 각각 꼽았다.
'경제관리 방법 개선'(25.3%)과 '과학기술 발전'(5.5%)이 뒤를 이었다.
특히 대학 학력 소지자의 경우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자본주의 도입'을 꼽은 비율이 38.3%포인트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35세 미만의 젊은층은 외국 경협 확대와 자본주의 도입을 비슷한 비율로 선호했다.
45∼55세는 자본주의 도입을 더 좋아했다.
북한 경제난의 책임자로 최고영도자를 꼽은 응답자가 70.8%로 가장 많았고 당 지도부(15.3%)와 내각(6.9%)도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장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장사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올해 76.7%로 지난해 69.8%보다 6.9%포인트 높았다.
장사를 하면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응답자는 지난 2012∼2015년 조사를 합쳐 85.2%에 달해 내부 부패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됐다.
양극화도 심했는데 탈북자의 장사·부업 소득을 기준으로 북한 소득 5분위 배율은 45였다. 최상위 20%의 소득이 최하위 20%의 소득보다 45배 많다는 의미다. 남한의 소득 5분위 배율은 2014년 기준 5.4였다.
정은미 선임연구원은 북한 주민의 의식주 생활이 개선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에 살 때 하루 세끼를 먹었다는 응답은 86.9%로 지난해 74.5%보다 12.4%포인트 높았다.
거의 쌀밥을 먹었다는 응답도 61.4%로 지난해 41.5%보다 높았다.
쌀밥 식사 응답률이 상층에서는 100%였던 반면 하층에서는 29%에 그쳐 계층 간 식생활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마다 한 두벌의 옷을 구매했다는 응답도 10명 중 5명 이상이었으나 의생활도 계층 간 차이가 컸다.
주거생활의 경우 아파트와 단독주택 거주자가 많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휴대전화와 녹화기 등 정보통신 기기를 보유했다고 답했으나 컴퓨터 보유율은 27.4%로 낮았다.
북한에 살 때 영화·드라마·음악 등 남한 문화를 접했다는 응답은 최근 5년 평균 86%에 달했다. 고학력일수록, 고소득일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이런 경험 빈도가 높았다.
정 선임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북한 주민의 소득 수준이나 생활수준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대북 정책이나 대북 협상에서 주요 의제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식량 및 비료 지원보다는 대규모 산업 투자 등에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규빈 협력연구원이 북한 주민의 통일·주변국 인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와 올해 응답자 중 97% 이상은 통일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5년간 북한 주민의 통일 의지를 연령대별로 구분했을 때 20대(84.9%)와 30대(92.3%)의 젊은층이 40대(95%)와 50대(92.8%), 60대(100%)보다 통일 의지가 낮았다.
통일 방식에 대한 질문에서는 '남한의 현 체제로 통일'을 선호하는 비율이 48.6%로 가장 많았다.
'북한의 현 체제로 통일'은 3.4%에 그쳤다. 양쪽 체제를 절충해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17.1%였다.
응답자의 48.6%는 통일 후 거주지로 남한을 선택했고 26.7%는 북한을 선택했다.
김병로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의 '주민의 유동성·정치의식 변화와 자유화' 분석에서는 북한 주민의 대남 인식이 지난해보다 호전됐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남한을 '협력 대상'으로 여기는 비율은 1년새 55.7%에서 62.3%로 늘었으나 '적대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0.1%에서 16.4%로 줄었다.
남한 문화를 자주 접한 경우 남한을 '적대대상'보다 '협력대상'으로 느끼는 비율이 높았고 남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편, 35세 미만은 남한을 적대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지도가 높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가능성을 낮게 봤으며, 핵무기 보유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북한 잘 살려면 외국과의 경제협력 확대” 탈북민 37.7%
입력 2015-08-26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