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24 조치 언급배경...3대 난제

입력 2015-08-26 17:13
통일부 제공

남북 고위급 접촉의 후속 논의 1순위는 뭐니뭐니해도 ‘5·24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이 조치 해제를 최우선적으로 요구할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다각도의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26일 이 단어를 끄집어 낸 것도 “어쨌든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 조치의 발단이 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재발방지를 반드시 받아내야 풀 수 있다는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스탠스다.

남북 관계사에서 호재와 악재로 번갈아 작용했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문제 역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게 틀림없다. 이 세 가지는 공통적으로 북한에게는 돈줄로, 우리 정부에겐 ‘인질’ 역할을 하는 것들이다.

◇정부의 5·24 조치 언급 배경=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천안함 폭침에 따라 시행된 대북 재제 조치인 만큼 이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것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따른 당국회담이 개최될 경우 ‘북측 요구에 의해’ 다뤄질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따라서 관건은 북한의 입장 변화다. 추후 협상에서 북한이 사과나 재발방지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판이 깨질 소지가 다분하다. 다만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드러난 다소 ‘유연한 원칙’이 적용될 여지는 있다.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유감표명 수준을 유추해보면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에 준하는 의사를 표명할 경우 협상에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번 합의에 삽입된 ‘비정상적인 사태’란 표현이 향후 발생할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적용되는 것인 만큼, 천안함 폭침사건의 재발방지를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책임자 처벌 문제 역시 향후 기준점으로 적용하기엔 애매한 상황이다.

반면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을 끝으로 향후 협상에서 무조건 ‘고압적 자세’를 유지한다면 협상 결렬이 불가피하다. 이번 군사대치 국면을 통해 북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협상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의 경우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극심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도 크다.

◇‘빅딜이냐 각개격파냐’ 정부 협상전략 고민=5·24 조치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남북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문제를 한꺼번에 엮어 협상하는 ‘빅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금껏 우리 정부가 모두 북한의 도발 억지 및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북 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안전보장 장치가 마련된다면 개별 협상에 돌입해서도 비교적 순조로운 논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5·24 조치 해제는 사실상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재개한다는 의미여서 해법이 복잡하다. 따라서 이를 후순위로 미루고 나머지 두 안건에 대한 개별 협상이 먼저 진행될 수도 있다. 이번 지뢰도발 사건을 통해 강한 반북 정서가 확인된 만큼 국민적 저항이 적은 금강산 관광 문제가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우리가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할 때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내건 경우가 많아 당장 다음달 이산가족 상봉 협상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 2009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사과 및 재발방지에 대한 구두 합의를 받아온 전례도 있어 북한으로서도 입지가 넓은 편이다.

개성공단은 최근 남북간 최저임금 협상이 타결 돼 기초적인 화해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북한이 2013년 일방적인 공단 폐쇄를 결정하는 등 후진적인 통행·통신·통관(3통) 문제가 가장 큰 관건이다. 개성공단 국제화를 추구하는 우리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요구해왔다. 북한 역시 경제난 타개를 위해선 활성화가 절실한 만큼 돌발 사태가 없는 한 진지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과거 사례처럼 무리한 경제 지원을 요구하거나 무력 시위를 동반하면 모든 게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