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쇼크로 리커창 중국 총리 리더십 시험대 올라

입력 2015-08-26 16:53
유튜브 캡처

중국발 증시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리커창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요즘 베이징에서 공산당 간부들과 정계 인사들이 리 총리가 중국 증시 관리 부실과 경제 성장 둔화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냐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1차 폭락장이 연출됐던 지난 7월 초 당시 증시 부양책을 주도했던 인물은 리 총리와 마카이 국무원 부총리로 알려져 있다. 안정을 찾는 듯했던 시장은 또 다시 폭락장이 재연되면서 중국 지도부를 향한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윌리 람 홍콩중문대 교수는 “최근 위기로 인해 리 총리의 입지가 더 위태로워진 것은 분명하다”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희생양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적임자는 바로 리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 총리가 당장 낙마하는 등의 문책을 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총리가 갑자기 교체될 경우 공산당의 권위와 신뢰에 엄청난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케리 브라운 호주 시드니대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2017년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체면을 살려주면서 내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총리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리 총리가 맡고 있는 정부(국무원) 위에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각종 ‘영도 소조’의 조장은 바로 시 주석이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재정경제영도소조 조장도 맡고 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로 인해 리 총리는 역대 가장 권한 없는 총리라는 말을 듣고 있는 형편이다.

시 주석은 최근 들어 경제 문제에 있어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 총리도 증시 폭락 사태에 대한 언급 없이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만 설파하고 있다. 관영 CCTV에 따르며 리 총리는 25일 바쿠잔 사진타예프 카자흐스탄 제1부총리와 만나 “중국 경제 전체적인 기반은 변한 게 없다”며 “실물 경제를 지탱해줄 적극적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에도 역시 증시 폭락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특히 리 총리는 올 초 FT와 인터뷰에서 “위안화 절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지난 11일부터 3일 연속 위안화 평가 절하가 이뤄지면서 신뢰도에 금이 갔다. 리 총리는 25일에도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인 균형 수준에서 기본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평가 절하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 기관들이 현재 6.4위안 수준인 위안·달러 환율을 올 연말까지 7위안(절하율 9.30%)으로 끌어올리고, 내년 말까지는 8위안(절하율 24.91%)까지 올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