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로 시작된 한반도 군사적 위기 상황은 남북한 모두에게 적지 않은 전략적 득실을 남겼다.
북한은 이번에도 우리 군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도발을 가해왔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이어 남북간 첨예한 군사적 대치상황을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육상으로 이전시킨 것이다. 불과 목함지뢰 3개로 한국사회에 큰 공포와 충격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를 본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 준(準)전시상태 선포로 유사시 가동되는 주요 군 전력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실전준비 태세를 과시한다는 명목이었지만, 북한이 어떻게 전쟁에 나설 것인지를 담은 군사전략을 우리로 하여금 다 예측하게 하는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진무 박사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전체 전력에서 우리 군에 뒤진다는 사실을 감안해 특수전력을 활용해 비정규전을 벌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음이 이번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유사시 특수전 부대들을 투입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 우리 군의 전쟁의지를 꺽은 다음 정규전 전력을 투입하는 속전속결 전략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북한군은 이번에 가장 먼저 DMZ 인근에 76.2㎜ 등 화포를 추가 배치했다. 갱도에 숨겨놨던 화포들도 지상으로 일제히 배치했다. 당연히 갱도 위치과 배치지점이 우리 군에 확실하게 포착됐다. 후방에 있던 특수부대원과 지휘관들도 전방으로 내려 보내졌다. 만약 전면전 상황이 벌어지면 북한은 이처럼 후방의 특수부대가 제일 먼저 전방에 투입돼 선봉에 서는 침투전략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북한은 보유 잠수함 70여척의 70%에 해당하는 50여척도 일제히 동원했다. 우리지역 후방의 주요 군 기지와 항만에 대한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미였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대해 기습적인 침투가 가능한 공기부양정을 동원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준전시상태에서 북한군은 특수전력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를 다 노출했다”며 “북한의 전쟁 매뉴얼 전체를 파악하는 큰 소득을 얻었다”고 했다.
우리 군은 이번에 도발에는 반드시 확실히 응징 보복한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목함지뢰 도발이 발생하자 즉각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이 평곡사포 3발을 발사하자 우리는 자주포 29발로 응사했다.
또 유사시 전선지대에서 가용 화력을 신속 배치하고 육·해·공 합동전력을 동원하는 입체적인 대비태세를 가동했다. 한·미 연합작전 수행을 위한 협조체제가 긴밀하게 구축돼 있음도 보여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취약점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우선 DMZ 내 우리군 수색로가 북한군에 죄다 파악돼, 기존 수색작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게 됐다. 또 대포병 레이더가 북한군의 도발 원점조차 잡아내지 못해 제대로 보복응징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북한이 지난 20일 포격을 가해오자 당초에는 이 화기가 로켓포인지 고사포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8월 위기 남북한 군의 득실
입력 2015-08-26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