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버린 쓰레기로 빗물받이 막히면 침수피해 3배이상 커져

입력 2015-08-26 15:52

각종 쓰레기로 막힌 도로변 빗물받이(빗물관 입구)가 침수 피해를 3배 이상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됐다.

국민안전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빗물받이가 막히거나 덮개로 덮여 있으면 도심 침수피해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모형 실험과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빗물관·빗물받이 모형 실험에서 빗물관이 쓰레기가 섞인 퇴적물로 막히자 역류(침수) 현상이 발생했다. 나뭇가지와 토사만으로는 빗물관이 완전히 차단될 가능성은 낮았다.

또 악취나 벌레를 이유로 빗물받이를 일부러 막아 놓은 상황을 가정해 실험한 결과 덮개로 막힌 빗물받이 모형에서 침수 수심이 1.4∼2.3배로 더 깊었고, 보도블럭 높이(19㎝)까지 침수가 일어나는 속도도 2배나 빨랐다.

이러한 결과를 반영해 2010년 9월 강남역 침수 현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보니 각 빗물받이 덮개의 3분의 2가 막히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침수면적이 3.3배 더 넓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강남역 일대에는 총강우량 291.5㎜, 2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강도로 비가 내려 주변이 삽시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연구원의 심기오 연구관은 “비닐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쓰레기는 빗물받이 막힘의 주원인이 된다”면서 “당시 강남역 일대에 각종 도심 쓰레기나 덮개로 막힌 빗물받이가 많았다면 침수피해가 커진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연구관은 “자치단체나 주민들이 빗물받이 쓰레기를 제거하고,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철에는 냄새 차단용 빗물받이 덮개를 제거하면 도심 침수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