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슼줌마” vs “갸줌마”… 퇴장 관중 놓고 야구팬들 설전

입력 2015-08-26 10:51 수정 2015-08-26 12:23
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퇴장을 당한 여성 관중(노란색 원).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팬들이 서로의 관중이라고 주장하며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해당 여성 관중이 KIA 황대인의 삼진 때 박수치는 장면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 스카이스포츠 중계방송 화면촬영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팬들이 퇴장 관중을 사이에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팀 관중이라는 각각의 근거를 제시하며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 관중의 욕설 논란이 연이어 불거진 탓에 퇴장으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을 놓고 두 팀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상황은 지난 25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발생했다. SK와 KIA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득점 없이 연장으로 넘어간 10회초 1사 3루에서 SK의 중견수 조동화는 KIA의 대타 백용환의 뜬공을 잡고 곧바로 홈으로 송구했다. KIA의 3루 주자 고영우는 홈 승부에서 주심의 아웃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판정은 심판의 합의에 따라 세이프로 번복됐다. KIA는 선제점을 뽑았다.

판정 번복 과정에서 주심과 타석의 뒤쪽 관중석의 중년 여성은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미 SK 관중석에서 야유와 항의가 나오고 있었지만 이 여성 관중의 경우 표현의 수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심은 이례적으로 관중을 직접 지목해 퇴장을 명령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폭력, 욕설, 음주 소란, 이물질 투척, 애완동물 동반 등으로 경기나 타인의 관전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퇴장이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관중 퇴장은 올 시즌 처음이다.

SK와 KIA는 전날 유일하게 경기를 치른 팀이다. 제15호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나머지 4개 구장이 문을 닫으면서 야구팬들의 시선은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으로 쏠렸다. 관중 퇴장 논란이 하루를 넘겨서도 야구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이유다.

SK와 KIA 팬들은 물론 나머지 8개 구단 팬들까지 논쟁에 가담하면서 관중 퇴장 논란의 파장은 커졌다. 더욱이 KIA 팬들은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2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이용규(한화)에게 욕설한 홈 관중으로 논란을 촉발한 탓에 민감한 상태였다.

퇴장을 당한 여성 관중은 당초 SK의 팬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KIA를 응원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오면서 두 팀 팬들은 26일 아침까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슼줌마” “갸줌마”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슼(SK)’과 ‘갸(KIA)’는 두 팀의 모기업을 그대로 발음한 야구팬들의 표현이다.

SK 팬들은 “퇴장 관중이 KIA 타자에 대한 심판의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욕설했다”는 주장을 앞세웠다. 반면 KIA 팬들은 KIA 타자 황대인이 삼진으로 돌아설 때 여성 관중이 박수를 치는 장면을 포착한 중계방송 화면을 놓고 “SK 팬이 확실하다”고 반박했다.

두 팀 팬들의 신경전과는 별개로 다수의 야구팬들은 “퇴장 관중이 어느 팀 팬이든 수위가 높은 욕설은 곤란하다. 관중에게도 매너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