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고위급 접촉을 지켜보다 두 차례나 “철수하라고 하세요”라고 지시했다고 26일 중앙일보가 여권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뢰 도발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 문제가 벽에 막힐 때였다고 한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만류로 실제로 협상팀이 철수하진 않았지만 협상이 깨져도 좋다는 식의 남측 대응에 북측은 당혹스러워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접촉이 분수령을 맞았던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회담은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북한이 도발 상황을 극대화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과 협상팀이 뚝심 있게 ‘원칙주의’를 협상전략으로 택한 게 주효한 데는 몇 가지 환경 요인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북한의 지뢰 도발 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한국이 천안함 사태 등 더 심한 도발에서도 꺼내지 않았던 대북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 수뇌부 입장에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북쪽 국경에는 한국 문화가 담긴 DVD가 유통되고 남쪽 국경에서 대북 방송이 계속되면 북한은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협상을 더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 상황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전승절 행사를 앞둔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했다. 미국도 B-52 전략폭격기,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무기 투입을 검토하겠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朴대통령, 고위급접촉 도중 두차례나 대표단 철수 지시”
입력 2015-08-26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