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된 북중관계 해빙 특명받았다” 北 최룡해,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입력 2015-08-25 16:36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냉각된 북중관계의 해빙이라는 특명을 안고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기념 행사(전승절)에 최룡해 비서가 참석한다고 밝혔다.

얼어붙은 북중관계 속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을 대신해 중국의 전승 행사에 참석하는 최룡해 비서는 표면적으로 지난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던 김영남 상임위원장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

그러나 최룡해 비서가 현재 김정은 정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로 볼 때 얼굴마담 격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에 비해 오히려 꼬인 북중관계를 푸는 데 적임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측근 중 한명인 최룡해 비서의 방중은 최근 북한이 중국에 대한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달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하고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내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가 하면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등 조심스러운 대응을 보이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 여러 차례 김 제1위원장을 대신한 외교 활동에 나선 최룡해 비서가 투입된 것이다.

그는 작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차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앞세우고 방한해 당시 정홍원 총리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두루 만났다.

같은 해 11월에는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 2013년 5월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만나 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중국 지도부도 두루 만났다.

그가 만약 이번 방중에서 시 주석을 다시 만난다면 얼어붙은 북중관계에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 비서의 첫 번째 방중을 끝으로 최근까지 중국을 찾은 북한 고위급 인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여서 끊어진 북중관계의 실타래를 다시 잇는 막중한 임무가 그에게 부여된 셈이다.

최룡해 비서는 김정은 체제 들어 한때 북한의 권력서열 2위까지 올랐으나 최근 김영남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기남 당비서 다음인 6위로 밀렸다.

그러나 그의 신변에 특별한 이상이 생겼다기보다는 직책에 맞는 권력 서열 순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공식 서열이 비록 낮아졌지만 김정은 체제의 '이너서클 멤버'인 최룡해 비서는 여전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막강한 신임을 받으며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권력 실세여서 위상과 역할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 비서는 1950년생으로, 김일성 주석과 항일빨치산 활동을 함께 한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그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장을 거쳐 군 총정치국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쳤다.

익명을 요구한 북중관계 전문가는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간다면 공식적 의미를 가졌겠지만 최룡해 비서의 방중은 냉각된 북중관계를 풀고 가자는 북한의 상황 관리 비슷한 제스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