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인 25일을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타결 소식과 함께 시작했다. 특유의 원칙과 철학의 결실을 바탕으로 이른바 ‘국정 2기’를 위한 재시동을 걸게 된 것이다.
◇남북 합의와 동시에 ‘국정 2기 스타트’=북한이 한반도 군사위기 상황을 불러온 지뢰도발에 대해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처음으로 우리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교류협력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단순한 양측간 합의 이상의 함의를 내포한다. 박 대통령 임기 전반기 내내 극단적인 경색국면을 이어왔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대화의 틀로 전환점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또 박 대통령이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대북원칙이 결과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국정 운영의 새로운 힘을 얻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는 박 대통령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밀고 나갔던 원칙이 결실을 맺은 사례”라며 “임기 후반기를 맞는 시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장담할 순 없지만, 앞으로 남북관계는 박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수준으로 격상·전개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사실상 ‘대리회담’ 성격이었던 이번 접촉에서 서로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남북 간 교류협력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접촉에서 현재의 군사적 위기상황 해소를 위한 양측 조치는 물론, 남북간 포괄적 현안을 두루 논의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합의를 바탕으로 향후 남북관계에선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간 부문의 교류협력은 민간 부문에 맡겨두면서 정부 차원의 남북 협력을 이끌어낼 여러 제안이 나올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청와대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대화 역사로 봤을 때 이 이상은 만들기 어려웠다”고 했고, 다른 참모도 “이만하면 베스트”라고 자평했다.
◇임기 후반 첫날부터 노동개혁 드라이브=박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한층 자신감을 갖고 국정에 속도감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에 나선다는 취지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한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올 하반기 노동개혁을 비롯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에 박차를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노동개혁에 대해 “이제 더 이상 미루거나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해 노동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을 완수하는데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인식을 반영한 탓인지 임기 후반 첫날도 경제행보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기업의 활력을 증진하고, 보다 많은 청년들이 일터로 나갈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를 적극 도입하고,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조성해야만 한다”며 “우리 경제와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노와 사,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최근 폐막한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종합우승을 달성한 대표선수단과 국제심사위원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저는 여러분이야말로 우리나라가 학벌만능주의의 악순환을 끊고 능력중심사회로 나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근대화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대통령, 남북관계 바탕으로 개혁드라이브
입력 2015-08-25 16:49 수정 2015-08-25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