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안 부러워”…마사지·스테이크 즐기는 가자지구 중산층

입력 2015-08-25 15:32
“고급 피트니스 센터에서 실내 사이클 운동을 마치고 마사지를 받은 후 야자수가 있는 해변 별장에서 살짝 익힌 스테이크를 먹는다.”

뉴욕 중산층의 휴가 풍경이 떠오르기 십상이지만 이런 여유로운 삶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고립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목격되는 일부 중산층의 모습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언론들이 가자지구의 비참한 삶에 집중하고 있을 때 다른 한쪽에서는 중산층들이 수영장이 있는 해변 빌라에서 돈을 흥청망청 쓰며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또 사람들은 가자지구를 로켓포의 공격, 쏟아지는 포격, 폭탄이 터지는 굉음이 있는 곳으로 상상하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중산층 시장이 형성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WP는 덧붙였다.

가자지구에서는 지난해 여름 전쟁으로 1만8000개의 주택이 파괴됐고 복구작업은 더딘 상태다.

세계은행은 가자지구의 실업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43%를 기록했고 장벽, 전쟁, 미숙한 정치로 경제가 절벽에 놓였다며 인구의 80%가 사회적 원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서도 작은 규모지만 중산층을 위한 틈새시장이 발달하고 있고, 해변에는 외제차가 주차된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중고차 업체를 운영하는 모에멘 아부 라스는 “두 달 동안 2대를 팔았다”며 “아직은 고급차 시장이 빈약하지만 사업이 더 발전할 만한 틈새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이 살인적”이라며 “중고 벤츠 자동차를 수입하는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하마스에게 세금을 내야 했다”고 불평했다.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한 달에 100달러(약 12만원)를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에어컨이 설치된 고급 피트니스 센터가 최근 새롭게 개장했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과 사설 해변이 있는 5성급 호텔도 재개장했다.

경제학자 오마르 샤반은 “전쟁 중이든 기근에 시달리든 모든 사회에는 기업가나 모험가들이 있다”며 “가자지구의 사업가들은 봉쇄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가자에서 자동차를 팔거나 리조트를 운영하는 등의 내수 사업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중산층의 규모도 작고 이러한 사업이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발전하는 시장에도 불구하고 가자에 남은 의사, 공장 관리인, 상인, 공무원 등의 중산층은 자신들이 이스라엘 장벽 사이에 갇혀 있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의해서도 엄격한 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고 여긴다.

해변 빌라를 임대해 휴가를 즐기는 헤바 암마르는 “가자지구를 떠날 수만 있다면 당장 뛰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